“코인 통해 자금세탁” 의혹 날로 확산
물타기 시도 중단하고 약속 지켜야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현역 국회의원이 검찰에 나온 건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돈을 준 사실도, 전달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 의원과 함께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무소속 윤관석 의원도 다음주쯤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 의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찰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받는 민주당 의원 10명가량을 특정했다고 한다.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코인) 보유·거래 의혹에 더해 검찰이 돈봉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역 의원의 경우도 (돈봉투) 수수자 특정을 포함해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와 수수자를 조사한 뒤 송영길 전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윤 의원 탈당과 김 의원 코인 의혹으로 잠잠했던 돈봉투 의혹이 다시 한 번 민주당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이름이 추가로 나올 때마다 탈당 등 해법을 두고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꼬리 자르기’식으로 무마한 초기 대응이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재명 대표가 3주 넘게 사태를 방치하다가 이·윤 의원 탈당이라는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당 차원의 대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김 의원의 코인 논란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이 자진 탈당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대표적인 친명계인 만큼 이 대표와 민주당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가 비판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간 끌기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김 의원 의혹은 확산일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 의원이 36억원어치의 위믹스 코인을 출시 한 달도 안 된 코인인 클레이페이로 교환한 것에 대해 “투자가 아닌 자금세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부정한 정치자금이나 자금세탁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어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대해 “국민이 고등학교 수학여행 준비만큼도 못 한 것 아니냐고 한탄한다”고 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쇄신을 약속하고도 정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돈봉투·코인 의혹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무책임하고 뻔뻔하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공식 조사 기구를 설치해 돈봉투 의혹 진상 규명에 나서야 마땅하다. 김 의원 제명에도 협조해야 한다. 이 대표가 쇄신을 외면한 채 얄팍한 태도로 국면 전환만 꾀한다면 민주당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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