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황운하, 민형배, 최강욱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가세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대통령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위반될 경우 재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헌법 제53조가 규정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박탈해 삼권분립 정신에 배치되는 위헌 입법이다. 그런데도 공동 발의자 명단에는 당 지도부인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리수를 둬가며 이 법안을 낸 것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50억 클럽·김건희 특검법은 늦어도 올해 12월 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처럼회는 올해 2월부터 ‘쌍특검법’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밤샘 농성 등을 주도해 왔다.
민주당의 위헌 입법 및 입법권 남용은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법원조직법을 고쳐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려 한다. 대통령 친족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도 냈다. 또 ‘조약 체결 절차법’을 만들어 외국과의 조약 협상 진행 상황을 사전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수사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법안과 피고인·대리인이 구속영장 심사 때 검찰 측 증거를 사전에 열람하고 피의사실 공표가 의심되면 법원에 막아 달라고 신청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사리에 맞지 않은 강경노선을 막무가내로 주도하는 처럼회는 2020년 6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검찰개혁 공부 모임으로 출발했다.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며 주요 국면마다 이 대표를 지지해 왔다. 처럼회는 후유증이 심각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때도 돌격대 역할을 했다. 20명도 되지 않는 처럼회에게 169석의 민주당이 휘둘리는 것은 강경파의 공격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와 전화가 쇄도한다. 민주당이 처럼회 같은 소수 강경파의 눈치를 보며 입법권을 남용하는 데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 민주당이 민심을 두려워한다면 이런 강경파와 분명하게 거리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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