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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무너진 집…‘흰개미’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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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4 00:03:56 수정 : 2023-06-07 1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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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목조건물 기둥·보·벽 갉아먹는 ‘흰개미’
국내 발견 외래종, 토종과 달리 건조 환경 선호
美, 매년 60만채 피해…1조원 이상 사회적비용
“아직 외래종 확인 피해 없지만…기후변화 변수”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의 세인트 존스 대성당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오후 10시쯤 발생한 일이라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성당은 당분간 미사를 중단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미국 미시건주의 한 마을에서는 우체국 지붕이 무너졌다. 현지뉴스는 아직도 건물이 복구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9년 미국 뉴올리언즈주에서는 수리 중이던 집이 갑자기 폭삭 주저 앉으면서 작업 중이던 인부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슷한 시기 지구 반대편 호주 애들레이드에서는 한밤 중 가정집 천장이 붕괴됐다. 잠을 자려고 누웠던 식구들은 갑자기 휘어지는 천장을 보고 급히 몸을 피해 부상을 면했다.

최근 서울 강남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 모습. 연합뉴스

위 사건의 주범은 모두 같다. 세계 여러나라 골칫덩이가 된 ‘흰개미’다.

 

그런데 지난 17일 우리나라에서도 흰개미 경보가 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담이 올라온 정체불명의 날개달린 곤충이 외래종인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에 속하는 흰개미로 밝혀지면서다. 관련 기관 및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 흰개미가 한국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종 정보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르면 24일 밝혀질 전망이다.

 

흰개미의 원죄는 식성이다. 식물의 세포벽 구성 성분인 셀룰로스를 좋아한다. 따라서 목재, 가구, 바닥, 종이, 판지 등을 모두 갉아 먹는다.

 

이 땅에 흰개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밝혀진 외래종은 다르다. 토종 흰개미는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수분 함량이 30% 이상인 나무를 주로 먹는 반면,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 잘 견디며 땅에 접촉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개미가 갉아먹어 파괴된 가정집 내벽. 오스트리아뉴스닷컴 제공

미국, 호주,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흰개미가 목조주택의 기둥, 보 등을 갉아먹어 집 일부가 무너지거나 붕괴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흰개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흰개미가 일으키는 건물 붕괴 사고는 인명 피해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각국은 흰개미 방제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쏟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만채의 주택이 크고 작은 흰개미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주인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평균 3000달러(약 400만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년 흰개미 방제 및 주택 수리에 많은 돈을 쓰는데 ‘포모산 흰개미’ 한 종류의 방제 금액만 최소 10억달러(약 1조3150억원)에 이른다. 방제 업계는 이 숫자를 2억달러까지 보고 있다.

지난 2월 흰개미 피해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세인트존스 대성당 지붕이 무너진 모습. 말레이시아 더스타뉴스 제공

호주도 마찬가지다. 호주에서는 매년 13만∼18만채의 주택이 흰개미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에는 350여종의 흰개미가 서식하며 그중 40종이 주택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토종 흰개미가 문화재와 한옥 등에 자주 피해를 입히고 있다. 다만 한국은 목조주택이 많지 않아 일반 가정의 피해는 적었다. 마른 나무를 갉아먹어 집이나 가구를 초토화시키시는 외래종이 국내에서 자리잡게 된다면 피해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그간 외래종 흰개미의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주요 서식지가 북미, 호주, 동남아 등 한국과 교류가 많은 지역이고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후가 따뜻해져 흰개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19년 미국 뉴올리언스주에서 수리 중이던 주택이 흰개미 피해를 입어 폭삭 주저앉은 모습. WDUS뉴스 제공

강남구 주택 흰개미 조사에 나선 환경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문화재청 등 유관기관은 일단 발견된 흰개미가 군집을 이루고 사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흰개미를 연구를 해온 서민석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연구관은 “이번에 발견된 외래종 흰개미가 토종과 달리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시 말하면 습기에 약해 집 밖으로 이동해 확산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고온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외래종 흰개미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 서식 환경이 바뀌고 있어 우려된다”며 “향후 외래종 흰개미 유입을 막고 국내 문화재와 목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방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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