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2호 등 비콘 신호 지상 수신 성공
고정환 단장 “손님 모시는 첫 임무 부담
누리호 성능·능력 보여줘 고마운 일”
순수 우리 힘으로 원하는 시기 발사
“정확한 위치에 위성안착 고도의 기술”
3차례 더 예정… 반복발사로 안정성 ↑
외신도 “韓, 우주 관련 핵심단계 밟아”
탑재위성 8기 임무는
도요샛 4기 편대비행… 우주날씨 살펴
성공 여부 최소 6개월∼1년 뒤 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4일 위성을 목표 궤도에 ‘배달’한 것은 한국이 우주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3차 발사 성공이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기술 고도화와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 신뢰성을 향상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위성 맞춤’ 우주수송 능력 확보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 3차 발사는 8기의 실용 위성을 위한 ‘맞춤 비행’이었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 활동에 최적화된 시간인 오후 6시24분 이륙, 13분여만에 550㎞ 궤도까지 비행했다. 목표 궤도에 올라 위성 사출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3단에 발사관을 장착해 위성들을 발사체에서 직접 사출하는 방식으로,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 오후 10시 기준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루미르, 도요샛 1호 위성은 비콘 신호(위성 고유 식별 신호)가 지상에서 수신됐다.
누리호 사업을 이끄는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처음으로 손님을 모셔다드리는 임무를 수행하게 돼 부담이 많았고, 전날 통신 장애로 인한 발사 연기는 가슴 아픈 일이었다”며 “결과가 괜찮아 행복한 기분이다. 누리호 성능과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 고마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기술을 갖게 됐다.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중형위성 2호와 도요샛 위성은 지난해 러시아 소유스 로켓으로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가 조금 떨어진 바구니에 물건을 정확하게 던져 넣기도 쉽지 않은데, 아주 큰 로켓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500㎞ 이상 우주에 띄워놓고 정확하게 위성을 내려놓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라며 “많은 나라가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우주에 접근하고 응용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외신은 누리호 성공을 신속타전하며 한국이 자체 기술로는 처음으로 실용급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며 항공 우주 프로그램의 또 다른 핵심 단계를 밟았다고 평가했다. AP는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이번 발사는 한국이 군사 첩보 위성을 운용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능개량·가격 경쟁력 확보 과제
이번 성공으로 위성 우주 수송 서비스 가능성도 열렸다. 우주 분야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1.5t급 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개국뿐이다.
국제 우주 외교에서 한국의 입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도요샛 위성만 해도 관측 결과를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유해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누리호 3차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첫 계단이고, 2025∼2027년 연 1회씩 3차례 더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반복발사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누리호(3.3t)보다 약 3배 큰 10t 화물 수송 능력을 갖춘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를 활용해 2031년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달착륙선을 달에 보내는 것이 목표다.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성능 개량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누리호 1회 발사 비용은 약 1200억∼1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비교해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 비용은 약 883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적 이유 등으로 한국에 요청할 수 있겠지만 고객은 가격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오 소장은 “우리나라 위성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위성을 수송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발사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앞으로 로켓 성능을 개량하고, 성공 횟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를 넘은 우주개발 능력 향상과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교수는 “기술을 개발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장·단기 비전을 세우고 수행해야 지속성 있는 우주개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성2호, 고도 550㎞서 우주방사선 관찰… 국산레이더 이용 주·야간 지상 관측 가능
누리호의 첫 손님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 4기 등 총 8기다. 이들은 550㎞ 궤도에서 자체 업무를 맡게 된다. 위성 작동 성공 여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뒤 확인할 수 있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것이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중량 180㎏, 임무수명 2년이다.
국산 소형 X대역 영상레이더(SAR)를 이용해 지구를 관측하고, 우주 방사선과 우주 폭풍을 관측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SAR은 빛과 구름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지상 관측이 가능한 장비다. 우주에서 SAR 안테나 날개를 펼치면 총 5.2m가 된다. 위성에는 △상변환물질 적용 열제어장치 △X대역 전력증폭기 △GPS-갈릴레오 복합항법수신기 △태양전지 배열기도 탑재돼 있어, 우주에서 이들 장비의 성능도 검증한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개발 초기에는 다른 나라 발사체 이용이 검토됐지만, 2019년 누리호 첫 손님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누리호에 주탑재위성을 싣고 남은 자리에 다른 국내 개발 위성들을 실었다. 부탑재위성은 공모를 통해 현실성 있고, 공공의 임무를 가진 위성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은 10㎏급 큐브위성 4기로 구성됐다. 우주 날씨를 관측하게 되는데, 4기가 편대 비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 3개월은 일렬로 10㎞씩 떨어져 종대 비행을 하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측한다. 이후 동서 방향으로 횡대비행을 통해 공간에 따른 차이를 기록하게 된다. 도요샛은 관측 자료를 이용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연구도 수행한다. 도요샛은 애초 러시아 소유스2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발사가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누리호 승객이 됐다.
나머지 위성은 민간기업이 개발했다. 루미르의 ‘루미르-T1’은 10㎏ 위성으로, 우주방사능을 측정하고 우주방사능에 대한 오류 극복기능도 검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져스텍의 ‘JAC’는 해상도 4m 우주용 광학관측카메라를 탑재하고 영상을 얻는 게 목표다.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위성은 지표면 편광 관측을 통해 기상현상을 관측한다. 또한 부피를 부풀려 저항을 높이는 기술을 통한 위성 궤도이탈시스템도 점검한다. 이를 이용하면 우주쓰레기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이번 발사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위성을 개발해 우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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