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관과 험난한 하이킹로 유명
출발장소인 1940m 짬똔까지 차로 이동
3143m 정상까지는 11㎞… 8시간 소요
낯설지 않은 시골풍경 지나면 숨 가빠져
잠시 숨고르다 보면 바람 속삭임 이색적
이른 아침, 식당에서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운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사파는 아직 한밤중이다. 혹여 아침 식사가 부담스러울까봐 조심스레 따뜻한 쌀국수를 몇 젓가락 휘젓고 스푼으로 국물을 넘긴다. 허기져 산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찰밥도 한입 베어 문다.
설렘과 걱정으로 판시판 산행 채비를 마치고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도전적인 하이킹로로 유명한 판시판!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인기 있는 명소이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걸어 등반해야겠지만 케이블카가 생긴 이후로는 걸어 오르는 사람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 도전과 자연과의 소통을 경험하고자 용기를 내어 본다. 미리 입산 신청을 마치고 산악가이드를 부탁했다.

작은 체구의 현지인이 호텔 로비로 들어선다. 웃는 모습이 선해 보인다. 가이드라 소개를 받고 서로 인사를 건넨다. 안내하는 차를 타고 호텔을 벗어난다. 차량은 언덕을 오르고 차창 밖은 조금씩 희미하게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20여분을 달려 등산객을 맞이하는 짬똔에 도착했다. 1940m인 이곳이 출발 장소이다. 판시판 정상인 3143m까지는 11㎞. 등산객 실력에 따라 다르지만 5시간에서 8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하산할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야만 산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로 산행을 마칠 수 있어 아침부터 서둘렀다.
가이드는 점심과 물을 가방에 짊어지고 간식거리를 넣은 듯이 보이는 파란 비닐봉지를 가방에 매단다. 무거워 보이는 짐과 허술해 보이는 차림새가 신경 쓰여 괜찮은지 여러 차례 묻는다. 본인은 걱정 말라며 내 짐까지 굳이 옮겨 싣고 준비물을 확인한다. 출발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산행 안전 규정을 설명하고 첫걸음을 내딛는다. 아직 컴컴하다. 발밑을 조심하라는 가이드 말을 들으며 그의 등을 두세 보폭 앞에 두고 출발한다. 첫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기분은 싱숭생숭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휴게소. 가는 길 풍경은 시골길이다. 닭도 보이고 소도 보인다. 낯설지 않은 풍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몸은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숨도 가빠진다.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앞으로 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괜찮냐고 물어보며 보조를 맞추는 가이드 덕분에 앞으로 나아간다. 조급해하지 말라며 쉬어가라는 말을 듣고 숨을 고른다.
경사로 뒤덮인 등산로는 점점 가파르게 올라갔고, 발이 닿는 바위 하나하나가 내 진전을 나타낸다. 가파를수록 오르고 있는 것이겠지. 어설프게 만들어진 돌계단과 철 사다리를 오르고 오르며 목표를 향해 한 발 앞씩 나아간다. 어느덧 첫 휴게소를 지나 다음 산장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 시간이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라는 가이드 말에 위안을 얻으며 식사를 즐긴다. 준비해준 흰 쌀밥과 반찬들. 허기진 배를 채우며 식욕을 돋운다. 베트남 커피로 여유를 찾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가는 길은 가파르고 돌이 많다. 지쳐서 움직일 수 없을 듯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여유조차도 없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른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의 속삭임, 산에서 울려 퍼지는 정적이 풍경을 에워싼다. 호흡을 안정시키고 한숨 돌리니 주변 경치가 눈에 담긴다. 이런 순간들이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다가온다. 판시판 산의 푸른 풍경과 신선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깨운다.
이어진 산행으로 시간은 흐르고 더 높은 고도에 다가선다. 등산로는 점점 험난한 모습을 보인다. 큰 바위들과 가파른 계단, 나뭇가지들이 앞길을 막아선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소음, 머리위로 오가는 케이블카가 마냥 부러운 순간이다. 주위에 펼쳐진 산들의 경치를 넘어서니 마침내 정상이다. 적절한 속도로 이끌어준 가이드 덕분으로 주변 환경과 산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이곳에 서 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힘겨운 등산, 걸어서 오른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도전과 성취를 선사한다. 해발 3147.3m! 베트남에서 가장 높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가장 높은 ‘인도차이나의 지붕’ 아래서 하늘을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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