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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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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4 22:48:27 수정 : 2025-05-14 2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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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노린 공수표 남발 안 돼… 책임감 가져야

“22번이나 약속한 일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8일 국회 카페 강변서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를 만나 이렇게 따져 물었다. 김 후보는 “왜 다 끝나고 나타나서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느냐”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대선후보 단일화를 놓고 1시간가량 공개 담판을 벌이는 촌극을 연출했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5개월 사이 9번 이상 “권한대행이 마지막 소임”이라거나 “국정 공백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약속을 뒤로한 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역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상태다. 정치인의 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6·3 조기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정책선거는 실종됐다. 대선후보들의 약속인 공약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공약은 후보와 정당이 집권 기간 실행할 계획을 포함한 약속 증서다. 취재팀이 확인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의 공약 관리 실태는 처참했다. 양대 정당은 자신들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당 주요 회의실에 걸어두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정작 각 당의 홈페이지에는 이들이 내건 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에서 표만 얻고 나면 국민과의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공약 건망증’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공약을 후보들로부터 제출받아 알리는 선관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7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면서도 공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고, 이를 알리는 노력에는 배정된 예산의 0.1%만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과 정당은 과거 자신들이 한 약속을 쉽게 잊어버리고, 국민도 이를 따져 묻기 어렵게 되는 일이 오랫동안 되풀이됐다.

13일 선관위는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낸 주요 정당에 선거보조금 총 523억원을 입금했다. 이는 후보들의 수많은 공약 중 일부를 실현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후보들은 세부 내역이 없는 10대 공약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양대 정당 후보들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빠져있다. 재원조달 방안이 미흡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보니 표심만 얻으려는 ‘공수표’가 남발되는 구조인 셈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무원들은 대선 공약집을 공부한다. 공약 중 일부는 국정과제로 채택되고 공무원들은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정책 실행에 나서게 된다. 통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기간 이를 조정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당선 즉시 취임해야 한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공약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전 세계 60개국 1000여개 정당의 공약을 연구해온 독일 사회과학센터 폴라 레만 박사는 취재팀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정치인들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서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특히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경우 그들은 매니페스토 공개에 더 소극적이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공약은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국민과의 엄중한 약속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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