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 동원 파묘뒤 화장해
무허가 묘라도 파묘 허가 필요
최소 3개월 전에 사전고지 필수
내 땅에 있는 남의 조상 무덤을 파내면 죄가 될까. 자신의 땅에 있는 다른 사람 조상 묘를 포클레인으로 파내 유골을 토치(용접에 사용하는 버너)로 화장한 50대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한윤옥 부장판사는 분묘발굴유골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전남 보성군에 임야를 갖고 있었다. 2021년 4월쯤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기로 했고, 묘지는 없애기로 했다. 해당 임야에는 자신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묘, 5촌 당숙의 묘가 있었다. 5촌 당숙의 묘는 A씨가 당숙이 사망한 1994년 당숙의 유족에게 무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 조성됐다. 묘가 만들어진 뒤 당숙의 유족은 A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명절이 되어도 묘를 찾거나 벌초를 하는 등 관리조차 하지 않았다. 서로의 연락처도 몰랐다.
연락할 방법이 없던 A씨는 한 포클레인 업체에 165만원을 주고 묘를 정리하는 일을 맡겼다. 그는 업체에 “3개의 묘를 파내고, 유골은 화장해 묘 근처에 뿌려 달라”고 했다.
해당 업체는 A씨의 의뢰에 따라 봉분을 파헤쳐 유골을 꺼냈고, 토치로 화장했다. 재판을 담당한 한 부장판사는 “A씨의 범죄로 유족들에게 끼쳤을 상실감과 고통 정도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유족들이 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점,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명한 손해배상금을 유족에게 모두 지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국내 법정은 분묘 관련 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형법 160조는 분묘를 발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유사한 유형의 범죄인 ‘사체오욕죄’나 ‘미허가 분묘개장죄’에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 것과 다르다. 이 때문에 2019년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됐다. 형벌 체계상 균형성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전통문화 사상과 분묘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 및 법 감정,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 측면 등을 고려하면, 분묘발굴죄 법정형을 징역형으로 규정한 것에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땅에 승낙 없이 묘가 설치됐더라도 해당 묘를 파내려면 장사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묘를 파헤치기 전 3개월 이상 기간을 정해 해당 묘를 설치한 사람 또는 연고자에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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