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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서부터 후쿠시마 생선까지…괴담인가 과학인가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3-06-26 21:00:00 수정 : 2023-06-26 1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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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일 뿐만 아니라, 수산업 자체를 송두리째 궤멸시키는 방사능 테러다.”(지난 20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 본관 앞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장을 방문, 단식 중인 윤재갑·우원식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삭발과 단식투쟁까지 나섰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국민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고, 생선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어민과 수산업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 등 과학자들을 내세웠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양자공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초청으로 국회 강연에 나서 “오염수가 방류되고 100년을 살아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삭발에 단식투쟁까지 나서며 연일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논란을 키우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민주당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바로 광우병 괴담에서부터 사드 괴담 등 수많은 괴담이 실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산 늘어난 성주참외·수입 늘어난 미국 쇠고기

 

2016년 7월 13일 정부는 경북 성주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성주 주민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일 김항곤 성주군수, 군의원 등 12명이 정부 결정에 항의하는 혈서까지 썼다. 이들 반발 뒤에는 “사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사람과 농작물 등에 유해하다”는 ‘사드 괴담’이 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혜원, 소병훈, 박주민, 표창원, 김현권, 김한정 의원은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집회’ 현장에서 ‘사드 괴담’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이들은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라고 노래를 하며 춤까지 췄다.

지난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발사대가 기지 상공을 향해 세워져 있다. 뉴스1

하지만 사드가 배치된 이후 성주 참외 작황은 어느때보다 호조를 보였다. 성주군에 따르면 사드 배치 직전 해인 2016년 당시 성주군 참외 생산량은 16만1758t이다. 이후 현황은 △2017년 19만442t △2018년 15만7481t △2019년 18만8384t △2020년 18만6501t △2021년 18만1462t △2022년 17만9352t 등이다. 오히려 사드가 배치된 해인 2017년에는 참외 생산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해 ‘가격 하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광우병 괴담은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제기돼 당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졌지만 국내에서 인간광우병(vCJD)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된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매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량은 5만3736t이었고 2012년 11만1992t, 2015년 11만6933t 등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 됐고 2020년 23만5796t으로 늘어났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괴담…피해는 누가?

 

괴담은 인간의 약한 곳을 파고든다. 그래서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먹거리에서 괴담은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와 성주 참외가 가짜뉴스를 통해 괴담으로 변한 이유다. 정치권은 이를 악용했다.

 

광우병 괴담으로 출발한 2008년 촛불 시위는 100일 이상 집회가 계속되면서 쟁점이 교육 문제, 대운하·공기업 민영화 반대 및 정권퇴진 등으로 점차 정치적으로 확대됐다. 결론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하야 및 탄핵 요구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다. 지난달 8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간담회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왼쪽에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앉았다. 그는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파견에 대해 “이게 관광이지 무슨 조사가 되겠느냐. 야당도 투쟁에 나서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해 시위를 주도하다 거리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대국민 여론전에서 원내 의원들의 삭발 및 단식투쟁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은 거리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은 괴담의 실체 및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84%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한국일보, 지난달 26~28일,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가 있는 만큼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각종 괴담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지난 23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진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시간이 흐르면 소고기와 참외 매출은 회복되지만, 관련된 분들 가슴에 든 멍은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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