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안 낸 중국인 과도한 의료 혜택 주장
외국인 건보재정 수지, 해마다 흑자…규모도 증가
중국인 건보재정 계속 적자지만 규모 감소 중
정부, 악용 사례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제도 개선
외국인 피부양자, 무임승차 가능하다는 허점 여전
정치권에서 중국과의 ‘건강보험 상호주의’를 제기하며 외국인 건보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건보료를 내지 않고 과도한 의료 혜택을 받는다는 주장인데, 이는 ‘반쪽짜리’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인 건보 재정수지는 적자였지만 그 규모는 매년 대체로 감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범위가 훨씬 넓다”며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피부양자 제도가 없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인 피부양자들은 과도한 의료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18∼2022년 연도별 외국인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재외국민 포함) 건보 재정수지는 556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낸 건보료가 의료서비스에 들어간 보험급여보다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외국인이 낸 건보료는 1조7892억원이었다. 직장가입자가 1억2846억원, 지역가입자가 5046억원을 냈다. 외국인이 병·의원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을 이용하고 건보에서 받은 보험급여는 1조2332억원이다.
일각에서 내국인이 낸 건보료로 외국인이 혜택을 본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는데, 그간 외국인 건보재정 수지 현황을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 2320억원 △2019년 3736억원 △2020년 5875억원 △2021년 5251억원 △2022년 5560억원으로 해마다 흑자였고 그 규모도 대체로 증가해왔다.
외국인 가입자 수 상위 10개국을 살펴보면 중국인만 유일하게 낸 건보료보다 급여 혜택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중국인 건보 재정수지는 229억원 적자였다. 중국인은 8083억원의 건보료를 냈고 8312억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중국인 건보 재정은 계속 적자를 기록해왔지만 그 규모는 대체로 감소하고 있다. 2018년 1509억원이었던 중국인 건보 재정수지 적자는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 2021년 109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정부는 진료·치료 목적으로 입국해 단기간 많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출국하는 등의 외국인 건보 재정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제도를 개선해왔다. 2019년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만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게 했고, 필요에 따라 ‘임의가입’하던 걸 의무로 가입하는 ‘당연가입’으로 변경했다.
다만 외국인 피부양자의 경우 지역가입자와 달리 거주 기간 등 가입 요건이 없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이다. 소득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충족하면 외국인도 내국인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자기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국내에 같이 살지 않는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등록해 진료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피부양자가 의료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사레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피부양자도 지역가입자처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최소한의 가족 단위를 이루며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까지 최소체류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의료보장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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