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外 주야고정근로 등 다양화
참여병원 병동 개수 제한 없애고
정부 인건비 지원율 80%로 상향
‘PA 협의체’ 월 1∼2차례씩 회의
관리체계·책임소재 논의 본격화
정부가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을 1년9개월 앞당겨 전면 확대한다.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되고도 그 여진이 사그라지지 않자 정부가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간호사 처우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의료행위로 논란이 되는 진료지원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개선을 위한 논의도 본격화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가 여러 근무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전면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4월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당초 지난해 4월부터 2025년 4월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간호사들의 처우개선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35곳과 종합병원 23곳, 병원 2곳 등 총 60곳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3교대 근무 외에도 △낮 또는 저녁 8시간 고정 근무 △주중 특정 시간대를 선택해 낮 또는 저녁 8시간 근무 △휴일 전담 근무 △야간 전담 근무 등 근무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
복지부는 사업 참여 기준을 확대하고 분기마다 참여할 병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우 10개 병동, 병원급의 경우 4개 병동 안에서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병동 개수 제한을 없앴다. 병원에 지원하는 간호사의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정부 지원율도 높였다. 대체 간호사와 교육 전담 간호사에 대한 인건비 기준 단가는 연간 4180만원에서 5681만원으로, 병동 추가 간호사는 3413만원에서 4545만원으로 조정됐다. 정부 지원율은 기준 단가의 70%에서 80%로 올리되, 상급종합병원은 70%로 유지한다.
병가나 경조사 때의 간호사 결원 인력을 메우는 ‘대체 간호사’를 병동 2개당 1명씩 지원하고 병동 업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병동추가간호사’도 병동 1개당 1명씩 지원키로 했다.
3교대 근무는 인력 부족 문제와 더불어 간호사의 이직과 사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달 발표한 정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 10명 중 7명(73.2%)은 3교대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3교대 근무자는 인력과 임금, 일·생활 균형, 업무량 등 주요 지표에서 다른 근무형태보다 불만족도가 모두 높았다. 대한간호협회(간협) 관계자는 “간호사 대부분이 여성인데 3교대가 출산과 육아를 하는 데 걸림돌이 돼 왔다”며 “그간 요청해왔던 유연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큰 병원과 달리 중소병원에선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며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시범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법·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학병원에서 부족한 전공의를 대체한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허용돼온 PA 간호사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도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매월 1∼2차례 회의를 열어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PA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필수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해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도 이날 예정대로 진행됐다. 앞서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 주체에 수요자를 포함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한의사협회가 “모든 논의 중단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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