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외교통일부로 가는 과도기 인사”
北 “현정은 방북 신청 검토 의향도 없다”
대남 기구 아닌 외무성 통해 발표 이례적
통일부가 ‘북한인권부’가 될 것이라는 관가 안팎의 전망이 결국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장·차관 자리를 동시에 외부 인사로 기용하는 파격 인사에 이어 대통령이 “통일부는 달라져야 한다”고 지목하면서다. 남북교류·협력, 인도적 지원은 배제하고 이념을 전면화한 ‘북한인권 캠페인 부서’로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이번 통일부 장·차관 인사와 관련해 “통일부 위상과 역할이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통일부 업무는 북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북한과 교류하면 통일이 된다거나 교류가 선(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가 보장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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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래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일부 안팎에서는 “이러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인권부가 되겠다”는 말들이 나왔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진전 없이 인권을 고리로 북한을 비판하는 데에만 통일부 역량이 쏠릴 것으로 우려하면서 내놓은 비판적 전망이었다. 이런 기류가 통일부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적극 행정’으로 표면화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존폐론에 시달린 바 있는 통일부로서는 새 정부 기조를 적극 이행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높았다.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번역은 ‘적극 행정‘의 대표적 사례였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외부 전문가 용역 계약 공고를 내지 않고, 내부 직원들로 팀을 꾸려 신속히 임시버전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4월 국빈 방미에 맞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실무자들이 총대를 멘 것이란 후문이다.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확 바꾸겠다는 방침이 적법성 논란을 피해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조직법 제31조는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통일부의 법적 의무 중 일부일 뿐이고, 국제적 공론화는 외교부와도 상당 부분 역할이 겹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부가 외교부로 병합, ‘외교통일부’로 가는 과도기적 인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야당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우리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어렵게 맺은 제도적 합의마저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를) 흡수통일이나 영토수복을 관장하는 부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통일부 인사 발표 이틀 후인 1일 북한은 대남 메시지를 대남 기구가 아닌 외국을 상대하는 외무성을 통해 발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을 위해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접촉 계획을 통일부에 신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를 내고 “검토할 의향도 없다”고 했다. 또 “아태위는 아무 권한도 없다”며 북한 당국의 대남 기구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우리 정부가 통일부 장·차관에 외부 인사를 기용하며 통일부의 역할·기능 변화를 주문한 것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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