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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협박으로 비행기 회항…호주 남성 “말레이항공에 폭탄 소지”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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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15 11:03:27 수정 : 2023-08-15 1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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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공항 이륙했다가 회항해 활주로에
“40대 호주 승객, 기내 공포분위기 조성”
이륙 후 160분만 회항…경찰 3시간 대응
“일부 승객, 인질 되는 것 아닌가” 우려

“폭탄을 소지하고 있다.”

 

폭탄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호주 40대 남성 승객의 협박으로 시드니를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승객의 항공기 운항 방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상공 200m가 넘는 곳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구를 열려한 혐의로 승객이 체포됐다.

지난 14일 호주 시드니공항에 항공기들이 머물러 있다. 동그라미 안은 말레이시아항공에 탑승한 호주 남성 승객의 모습.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 제공

◆ 협박범 “폭탄 갖고 있어”

 

15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버르나마 등 외신에 따르면 캔버라에 거주하는 45세 남성이 전날 오후 시드니공항을 출발한 말레이시아항공 기내에 탑승한 뒤 자신이 폭탄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협박으로 14일 오후 1시 6분 시드니공항을 이륙했던 MH 122호는 원래 자리로 회항해야 했다. 이 남성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뒤였다. 여객기는 오후 3시 47분 회항해 호주 연방경찰이 대응하는 동안 3시간 동안 활주로에 갇혀 있어야 했다.

 

협박범이 경찰에 인계된 뒤, 승객 199명과 승무원 12명은 여객기에서 내렸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오후 7시 “(폭탄 협박에 따라) 호주 경찰이 여객기를 추가 조사하고 있으며,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호주 40대 남성 승객(왼쪽)과 승무원들이 지난 14일 말레이시아항공 기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동영상 캡처

◆ “최대 10년 징역형·벌금1300만 원”

 

협박범에게는 항공기 파손 협박과 운항을 방해한 혐의, 승무원의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석은 거부됐으며, 협박범은 15일 법원에 출두한다. 협박범은 이번 행위로 최대 10년 징역형과 1만5000 호주 달러(약 1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같은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의 증언에 따르면 에어버스 A330 기종인 MH 122에 탑승한 아랍계로 보이는 협박범은 비행기가 이륙하자 큰 소리로 기도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승객은 “(협박범이) 비행기가 이륙할 때 정말 큰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이) 처음에는 비행기에 탄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안 좋아졌는데,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3시간 동안 대기하면서 승객들은 점점 불안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비행기가 회항하는 즉시 경찰이 객실에 들이닥쳐 (협박범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승무원들이 (흥분한 협박범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한 자체가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호주 40대 남성 승객(뒷부분 가운데)이 지난 14일 객실 통로에서 기도하고 있다. 시드니=AP연합뉴스·동영상 캡처

◆ 인질 공포감도…경찰 “상황 진정에 노력”

 

또 다른 승객은 “(협박범이) 자신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알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박범이 가방을 갖고 있어서 그의 협박이 거짓이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대부분의 승객들은 비행기가 회항해 착륙할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몰랐을 것”이라며 “착륙 이후 승객들이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기사의 헤드라인 등을 검색하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인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승객도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캐런 웹 경찰국장은 여객의 3시간 활주로 대기상황에 대해, “승객들과 공항 밖의 가족이 공포에 떨었을 것이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공격’ 하지는 않는다”며 “TV나 영화의 장면이 아닌데, 모든 승객의 생명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중요한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진정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인데,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안정시키려 했다”고 평가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말레이시아항공 비행기들. 쿠알라룸푸르=로이터·연합뉴스

시드니국제공항은 언론의 질의에, 이날 사건으로 국내선 32편과 국제선 32편이 결항됐다고 밝혔다. 국제선은 이륙과 착륙이 예정됐던 항공편들 가운데 각기16편씩이 결항됐다. 항공기 지연도 이어졌는데, 다수의 국내선 항공편이 90분까지 지연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상황에 몰렸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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