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 인사들이 그제 서울 광화문 성공회성당 앞에서 586 운동권을 비판하며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우리가 벌였던 잔치판은 우리가 설거지합시다”라고 주장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던 주대환씨,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서울대 삼민투위원장 함운경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인명진 목사, 20대 학생, 30대 직장인 등 모두 588명이 참여했다.
동지회는 대한민국 역사관 바로 세우기 운동을 비롯해 해방전후사·산업화·근대화에 대한 재평가 운동, 정당민주주의 복원 운동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모임 결성의 취지는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단체의 회장을 맡은 함씨는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버리고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의 신정체제에 관대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운동권이 의회민주주의를 망쳐 놓은 것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586 운동권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A씨는 “운동권의 다수가 조국 사태를 비호하며 그 어처구니없는 일에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팔아먹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했다. 586 운동권 정치인들은 허위와 위선의 대명사다. 20년 전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며 정치권에 입성했지만 견고한 기득권층으로 변했고, 내로남불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동료들의 도덕적 일탈을 옹호했고,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행태도 보였다. 압도적 의석 수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도 그 연장선이다. 오죽하면 “과거 군사독재와 싸우다 괴물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겠나. 친북한, 친중국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반국가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활개치고 있다”고 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586 운동권 정치인들이 민주화운동 동지회의 반성문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일이다. 국민 70%가 ‘우리 사회에 586이 걸림돌’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선거 때만 되면 용퇴론이 나왔지만 실제 물러난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려면 586 정치인의 용퇴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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