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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가·인건비 상승 직격탄… 30년 넘은 ‘백년가게’ 줄폐업

입력 : 2023-08-17 18:15:00 수정 : 2023-08-17 22: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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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점포 11곳 문 닫아
2018년 이후 4년간 7곳 불과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도 ‘타격’
“업체 특성 맞춘 정책 보완 절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30년간 영업해온 ‘신흥마트’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지정된 지 1년 반 만인 지난해 5월 간판을 내렸다. 사장 이해용(66)씨는 “아내, 아들 부부를 합해 4명이 운영하다 몸이 안 좋아져 우리 부부가 온종일 일하기 힘들었다”고 폐업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장은 종업원 두 명 몫을 하기 때문에 4명의 종업원을 더 뽑아야 하는데 인건비가 비싸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며 “결국 가게를 정리하고 아들 부부가 건어물 가게를 열게 도와주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폐업 당시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매출도 줄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엔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 수혜를 봤는데 엔데믹 이후 외식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타격을 줬다. 그는 “요새는 나이 든 사람도 다 온라인으로 장을 본다”며 “대형마트에 더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30년 운영한 가게를 문 닫았을 당시 심정에 대해 “말로 다 (설명) 못한다”고 했다. 

 

이씨처럼 업력 30년 이상(국민추천 경우 업력 20년 이상) 가게를 대상으로 장수 소상공인의 성공모델 확산을 위해 도입된 백년가게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백년가게 정기 휴·폐업조사’에서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1346곳 중 11곳이 폐업했다. 지역별로 경기 2곳, 서울 1곳, 경북 1곳, 광주 2곳, 울산 4곳, 제주 1곳이다. 2018년 6월 사업 시작 후 총 18곳이 폐업했는데, 최근 1년간 폐업 점포가 집중된 것이다. 

 

백년가게 폐업이 늘어난 것은 치솟는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백년가게·백년소공인(업력 15년 이상의 우수 소공인) 2215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영상 애로사항(중복선택)은 ‘원가 상승’(70.2%), ‘매출 감소’(48.4%), ‘인건비 부담’(47.4%) 등이었다.

가업승계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가업승계 중요성에 관해 85.9%가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가업승계 계획 여부에서는 ‘있다’와 ‘없다’가 각각 71.5%, 28.5%로 나타났다. 승계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가업승계를 고려할 시기가 아니라서’(40.4%), ‘가족 중 승계 대상자가 없어서’(24.9%), ‘고생스러워 후대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음’(22.8%) 등의 순이다.

 

백년가게 사업은 장수 소상공인의 성공모델 확산을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백년가게로 지정되면 확인서와 인증 현판이 제공되며, 중기부로부터 자금과 홍보 등을 지원받는다. 2018년 81곳이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252곳, 2020년 389곳, 2021년 445곳, 2022년 232곳이 선정됐다. 이달 말 90여곳이 추가된다. 기간 3년 만료 뒤 재지정되지 않은 곳은 52곳이고, 올해 389곳이 재지정 심사를 받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백년가게 소상공인들은 상품 개발 지원 등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지원 희망 분야(중복선택) 문항에 답변에 ’상품 개발 지원‘(50.5%), ’오프라인 판로 지원‘(44.4%), ’경영컨설팅 지원‘(42.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씨도 “정부에서 이왕 홍보해주는 김에 백년가게 상품이나 밀키트 제품을 서울 시청 광장 등 공적 공간에서 팔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백년가게 밀키트 식당’이 문을 열었는데 이 같은 플랫폼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의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폐업 현황과 실태조사가 일본과 달리 소상공인이 장수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백년가게 현황과 시사점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곳곳에 100년 넘은 가게들이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30년 존속도 어렵다”며 “백년가게로 선정된 업체의 특성을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고, 지원 방향 등 정책적인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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