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씨, 장애 불구 이식수술 결심 “효자”
수 년 전 첫째 잃었지만 ‘사랑’으로 극복
고명자씨 회복 중… 손글씨로 마음 전해
강원 춘천시에 사는 6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이 나란히 자신의 간 한 쪽씩을 이식해줘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려낸 사연이 알려졌다. 이 가족은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극복해내며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17일 지역사회와 언론 등에 따르면 춘천시민 서규병(69)씨와 아들 현석(40)씨 부자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내이자 어머니인 고명자(68)씨에게 각각 한 쪽 간을 떼어줬다. 장시간 이어진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고씨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서씨 부자는 한동안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고씨는 차츰 회복돼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고씨가 간을 이식받지 못했더라면 생명이 위험할 뻔했다. 아내에게 한 쪽 간을 떼어준 서씨는 일선 형사로 재직한 전직 경찰관이다. 퇴직 후 부영그룹에서 일하다 이번에 간 이식수술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아들 서씨는 평생 장애를 앓았다. 심성이 고와 “효자”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 가족은 부부의 첫째 아들이자 현석씨의 형을 수 년 전 잃은 아픔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 아들은 치료약이 없고,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심장 질환을 앓고도 기적처럼 살아나서 장성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을 떴다.
서씨 부자는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서성섭씨의 아들이자 손자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서성섭씨는 어린 시절 강원 홍천군의 한 국민학교 연못에 무궁화를 몰래 심다가 일본 순사들에게 발각돼 고향을 떠나 피신했다. 그는 한국전쟁 땐 소대장으로 참전해 홍천 삼마치 전투에서 조국을 지키다 전사, 지금은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다.
이번 수술 과정에서 서씨 부부는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주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직 말을 하지 못 하는 고씨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남편과 아들, 이 창업주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창업주가 지난 14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일도 언급했다. 지인들은 이 가족을 가리켜 “사랑의 가족”이라고 표현하며 고씨의 빠른 회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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