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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로 바뀌는 학교생활… 어떻게 바뀌나

입력 : 2023-08-18 06:00:00 수정 : 2023-08-18 0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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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원 생활지도 고시’ 발표
교권 보호·다른 학생 학습권 보장

위해물 소지 의심 땐 소지품 검사
반성문 작성 등 과제도 줄 수 있어

조율 안 된 학부모와 상담도 거부
학생 상담·치료 권고 조언할 수도

유치원 교사 교권침해 땐 퇴학도
정부 무분별한 신고 감소 기대감

학생·학부모 이의 제기 절차 마련
두발·복장검사, 벌청소·체벌 금지

9월부터 초·중·고에서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다. 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거나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행위 등도 ‘정당한 생활지도’로 인정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시안을 발표했다. 

17일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앞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법으로 명시한 바 있다. 이번 고시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교사가 할 수 있는 생활지도 범위·방식 등 세부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일 “올해 2학기부터 학교 현장에서 적용될 고시를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28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9월1일 고시를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고시는 교사의 수업권·타인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나 물품의 소지·사용에 대해 교사가 ‘주의·훈육·훈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고시를 통해 교사의 교육권과 다수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 인권만이 지나치게 강조돼 교권은 추락하고 교실은 붕괴됐다”며 “이번 고시는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교육현장의 균형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초·중·고에서 긴급상황 등을 제외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다. 교사는 휴대전화 등 수업에 부적합한 물품을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학생이 불응하면 물품을 압수할 수도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써도 교사가 빼앗기 어려워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컸다.

◆소지품 검사·교실 퇴실 가능

 

고시는 학생이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교사가 소지 물품을 검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특히 △2회 이상 주의를 줬음에도 학생이 계속 사용하는 물품 △학생·교직원의 안전과 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물품 △학생에게 판매될 수 없는 물품 △기타 학칙으로 소지를 금지한 물품 등은 학생에게서 압수할 수 있다.

 

또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경우 교실 내 지정된 위치 또는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할 수 있다.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며 난동을 부리는 등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다면 몸을 붙잡는 식의 물리적 제지도 가능하다. 고시는 이런 주의·훈육에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반성문 작성 등 훈계 사유에 합당한 과제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이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응하고 의도적으로 교사의 교육을 방해하는 경우 교권 침해로 보고 학교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학생에게 칭찬·상 등 적절한 수단을 활용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부 학생에 대한 칭찬이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포함된 조치다.

 

학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조치도 마련된다. 교사와 보호자는 서로에게 상담을 요청할 수 있고, 사전에 상담 일시·방법 등을 협의해야 한다. 교사는 근무시간·직무 범위 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고, 상담 중 폭언이나 협박, 폭행 발생 시 상담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생에게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호자에게 전문가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하는 조언을 하는 것도 정당한 생활지도 방식으로 명시됐다.

 

다만 과거처럼 학생을 때리는 등의 체벌은 엄격히 금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생활지도는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만 할 수 있다”며 “두발·복장 검사, 벌 청소, 훈육 목적의 체벌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리적 제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사는 학교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학교장은 그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학생 또는 보호자는 학교장과 교사의 생활지도가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학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학교장은 이의제기에 대해 14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 생활지도 고시가 초·중·고와 특수학교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따로 마련했다. 고시에 따르면 유치원 원장은 교원의 교육활동 범위, 보호자의 교육·상담, 교육활동 침해 시 처리 절차 등을 유치원 규칙으로 정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보호자가 교권을 침해한 경우 해당 유아에게 출석정지, 퇴학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무력한 교사에게 힘 실어야”

 

국가 차원에서 교사의 생활지도 지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가 고시를 마련한 것은 학교 현장에서 ‘무력하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어도 제지할 수 없다고 호소해왔다. 

 

교육부는 고시가 적용되면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사가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아동학대라며 신고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의 팔을 잡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지적하고 제지하는 것은 교사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법으로 보장돼야 현장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시가 제정되면 아동학대 조사·수사 담당 공무원 지침에도 반영된다“며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될 경우 교사들의 고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실 퇴실이나 금지 물품 기준 등 고시 세부 사항 중 상당수를 각 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학교에 따라 기준이 크게 달라지거나 일부 학교에서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학칙을 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정부가 세세하게 규제하는 것보다 개별 학교의 다양한 문화 등을 존중해 학교 차원에서 학칙으로 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학칙은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 인권을 침해한 행위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제4차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참여한 교사 등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시 제정으로 학생인권조례 상당수는 힘을 잃을 전망이다. 이 부총리는 “고시안 중 학생인권조례와 상충하는 것이 있는데 고시가 법령 체계의 일부여서 조례에 우선한다”며 “고시가 확정되면 교육감과 협의해 고시와 상충하는 부분을 개정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는 고시 제정에 환영한다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생 분리 조치 권한 부여는 좋으나 분리 후 공간과 인력, 예산 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분리 학생 지도책임을 학교장 책무로 명시 △학생 분리 시 보호자 인계 조치 추가 △교육부와 교육청 지원 책무 명기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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