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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팝업스토어… 폐기물도 ‘산더미’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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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1 20:28:17 수정 : 2023-08-22 09: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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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대 한달간 100여곳 성행
기업들 수십억원 들여 ‘반짝 홍보’
2~3주 뒤 철거… 쓰레기 수십t 쌓여

“화려함 이면 사회적 비용은 막대
ESG 경영에 맞는 기업활동 필요”

“우드득, 쾅!”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카페 골목에선 오전부터 요란한 철거 소음이 울러퍼졌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한 대형 카페 근처로 2.5t 덤프트럭과 1t 트럭들이 분주히 철거 현장의 잔해들을 끌어모았다. 전날까지 2층 카페와 인근 상가를 통째 빌려 신상 전자제품을 홍보한 팝업스토어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었다. 폐목재, FRP(혼합플라스틱), 비닐류 등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전날까지 진행된 신상 전자제품 홍보 팝업스토어가 철거되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2.5t 트럭 3대가 쓰레기로 가득찬 채 현장을 떠났다. 지난달 인근 대형 카페 내·외부를 공항처럼 꾸며 이목을 끈 한 대형은행의 팝업스토어 철거 현장에서도 반나절 동안 30t 이상의 쓰레기가 나왔다. 현장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위해 특별 제작된 것들이라 재활용은 어렵고 폐기물 업체로 바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본격적인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 속 늘어난 외부활동에 발맞춰 기업들이 너도나도 팝업스토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3주간의 ‘반짝’ 홍보 이면엔 수십t의 폐기물이 양산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는 기업들의 양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성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대형 은행의 팝업스토어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철거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들이 5t 덤프트럭에 실리고 있다.

구글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2021년 대비 3.8배 증가했다. 지난 7월 한 달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성수·강남·홍대·용산 등 소위 ‘핫플레이스‘에선 10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그 유행을 실감케 했다. 기업들은 오프라인 고객경험과 소비자 만족을 위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팝업스토어 기획을 맡은 김모(28)씨는 “팝업스토어는 공간 자체를 거의 새로 짓는 거라 폐기물이 엄청 나오지만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해소할 수 없는 고객 경험을 주기 위해 10억∼20억원씩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폐기물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1억9738만t으로 2017년(1만5678t) 대비 5년 새 4000t 이상 늘었다. 특히 팝업스토어와 같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사업장일반폐기물이 2021년 건설폐기물을 앞지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관련 폐기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치열해진 팝업스토어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더 화려하게 사업장을 꾸미고 있다. 최근 탄산음료 팝업스토어를 제작한 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경쟁이 치열해지며 소비자들 눈에 더 잘 띄게, 더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한다”며 “1∼2주 뒤에는 모두 쓰레기가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거나 무료로 나눠주는 굿즈들도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팝업스토어는 단기간 내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진행되는 만큼 ‘한정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된다. 스티커, 공책, 인형 등의 문구류부터 에코백, 텀블러, 우산, 여행용 캐리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팝업스토어가 ‘기간 한정’ 요소를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구매욕을 자극해 계획에 없던 소비까지 불러일으킨다는 말도 나온다. 회사원 권소희(28)씨는 “팝업스토어에 가면 이것저것 사오는데 잠깐 기분 좋아지고 잊어버린다”라며 “사실상 굿즈들은 ‘예쁜 쓰레기’”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를 위해 제작된 외부 인테리어가 해체되고 있다.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일부.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도한 팝업스토어 마케팅이 ESG 경영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목재, 플라스틱, 현수막 등 향후에 다른 캠페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되어야 한다”며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딱 일주일, 한 달을 위해서 쓰고 버리는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치우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도 “팝업스토어가 하나의 유행이 됐는데 단기간 화려하게 꾸미고 해체하며 발생하는 폐기물 등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며 “팝업스토어 설치 기준에 ‘재활용 50% 이상’ 등 정부의 지침도 필요하고, 기업도 ESG 경영에 맞게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사진=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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