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외식 브랜드 기획사서 근무
레스토랑 오픈·신메뉴 개발 담당
베지프렌들리한 메뉴에 초점 둬
오스트리아 비엔나서 관저요리사도
뉴욕 오기전 팝업 행사 기억에 남아
현지 요식업 대표들 초대 한식 소개
게살 잣수란·화반 가장 반응 좋아
이후 우송대학교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졸업을 기점으로 한식을 더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조희숙 셰프 밑에서 종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때 만났던 온지음 수석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박성배 셰프와 충주에 있는 한우전문식당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고, 일호식을 거쳐 온지음 오픈 멤버로 4년간 근무하면서 조희숙 셰프, 조은희 셰프, 박성배 셰프에게 한식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받고, 오스트리아 관저요리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강 셰프는 한 레스토랑에서 상주하면서 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현재는 뉴욕에서의 한식을 논할 때 항상 거론되곤 하는 외식 브랜드 기획사 핸드 호스피탈리티(Hand Hospitality) R&D 셰프 겸 코오퍼레이션(Cooperation) 셰프로 근무하고 있다. 강 셰프는 이 회사 헤드쿼터에서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 준비나 기존 매장 신 메뉴 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매장 헤드 셰프들과 협업을 통해 메뉴 개발을 할 때도 있고, 강 셰프 혼자 메뉴를 개발하여 매장에 교육하기도 한다.
보통 회사에서 메뉴를 개발할 때는 각 매장의 브랜드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첫번째로 고려되는 부분이고, 두번째는 매장 헤드셰프, 매니저의 니즈에 맞춰서 개발을 하게 된다. 뉴욕에서는 한국보다 베지프렌들리한 메뉴에 대한 니즈가 많고 시장도 더 커서 올해는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진행을 많이 했다.
오스트리아 빈 관저요리사를 할 때 뉴욕으로 오기로 결정을 하고 팝업을 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지 한국레스토랑에서 하려고 장소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장소 구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이런 중에 레스토랑 콘스탄틴 필리포(Konstantin Filippou)의 오너셰프가 강 셰프가 준비하던 행사에 관심을 보이면서 흔쾌히 레스토랑, 기물, 식기 모두 사용하게 해주었다. 이뿐 아니라 본인이 사용하는 식재료 벤더에 재료 오더까지 도움을 주어서 팝업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외국 셰프가 일면식 없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베풀어 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 티켓을 판매하여 팝업을 하려는 처음 취지를 뒤엎고, 오스트리아 빈 현지 레스토랑 인더스트리 사람들을 초대하여 한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콘셉트를 바꾸게 되었다. 대사관, 서울시, 바앤다이닝, 샘표, 온지음, 조희숙 셰프님, 강민구 셰프의 후원을 아름아름 받아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중 빈 팝업 때 반응이 좋았던 메뉴를 두 가지 소개하자면 게살 잣수란과 화반이다. 게살 잣수란은 온지음에서 일하고 배웠던 경험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메뉴이다. 강 셰프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스가 잣을 활용한 소스인데, 보통 냉채요리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팝업 때에 잣수란에 사용한 소스는 잣을 절구에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주며 곱게 으깨듯 간 뒤 고운 면보에 걸러내 소금, 설탕, 레몬즙, 쌀식초로 간을 하여 준비한다. 접시에 수란을 담고 찐 게살, 미나리잎을 올린 후 앞에 준비한 잣국물을 부어주고 튀밥을 고명으로 올려 서빙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서양 사람들은 오트 밀크나 캐슈넛 밀크를 많이 먹어서 견과류를 활용한 소스에 쉽게 이해할 것 같았는데, 잣이라는 식재료를 깊이 있게 사용한 부분이 특이했는지 열광적인 반응이 있어서 준비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가 이렇게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화반은 골동반, 비빔밥의 담음새가 꽃처럼 아름답다 하여 화반이라고 불리는데, 양식을 오래 공부한 동료들이 식용꽃과 허브를 많이 알아서 진짜 꽃을 활용하여 비빔밥을 준비했다. 송이버섯차를 우린 물에 밥을 짓고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나물을 섞어 접시에 담아 흔히 비벼먹는 고추장, 간장소스를 대신해 작게 자른 배추를 진한 겉절이 양념으로 버무려 소스로 사용했다. 국 대신 무와 사과로 담은 나박김치를 함께 서빙해서 손님에게 제공했다.
이 일을 하면서 강 셰프 스스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뉴욕에 와서 일을 하면서 더 넓은 시장을 보고 한식의 위치와 가치가 다른 나라에서 올라가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 이에 내가 꿈꾸고 풀어내고자 하는 한식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느리지만 내실을 갖추며 천천히 강 셰프만의 캔버스에 한 획씩 그려가는 중이었는데, 2024년에는 그 결실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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