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돈 빼먹기’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신고를 독려할 보·포상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권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부패신고 및 공공재정 보상금’ 신청 8708건 중 공공재정환수법에 의해 보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33건(0.4%)에 그쳤다. 연도별로는 △2020년 0건 △2021년 5건 △2022년 14건 △2023년(1∼6월) 14건이었다. 총 지급금액은 약 7억2000만원으로, 평균 2200만원 수준이다.
2020년 시행된 공공재정환수법에 따르면 보상금은 최대 30억원, 포상금은 최대 2억원이다. 보상금은 신고로 인해 공공기관의 직접적인 수입 회복이나 증대, 비용 절감 등이 있는 경우 신고자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금액이다. 직접적인 수입 회복이 없더라도 손실을 방지하거나 공익을 증진한 경우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관련 보·포상금 지급 근거가 되는 공공재정환수법이 시행된 2020년 이후 포상금 지급은 단 1건뿐이었다. 허위서류를 제출해 지원금을 받아낸 유치원 원장을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 500만원이 돌아간 사례다. 권익위는 “신고자가 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보상금 요건은 되지 않고 포상금 요건은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오는 10월10일까지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며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또 포상금을 최대 2억원에서 5억원까지 올리는 시행령을 지난 25일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지원금 부정수급이 내부 관계자 신고 없이 적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이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감사에서 314억원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한 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혈세를 국민이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운용하라”고 지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지원금 관련 부정수급 신고 8048건이 권익위에 접수됐다. 이 중 57%인 1667건이 혐의가 적발됐고, 670억여원이 환수 결정됐지만 이에 비해 보·포상 지급 건수는 턱없이 적은 것이다.
보·포상금에 책정된 예산을 살펴봐도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권익위의 공공재정 부정청구 신고자 보상금 예산은 총 5억1300만원으로, 한도인 30억원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포상금 예산은 5000만원으로, 역시 현재 한도의 4분의 1 수준이다. 예산상으로는 단 1명에게도 보·포상금의 최대 액수를 지급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민국 의원은 “권익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나랏돈 수백억원을 환수해놓고 정작 보·포상금을 줄 때는 생색만 내고 있다”며 “정부지원금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보·포상금 제도 운용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초기에는 보·포상금 지급이 다소 부진했지만 최근 증가 추세”라며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한 보상금 지급을 포함하면 지급률이 7%가량 된다. 그동안 예산이 부족해서 보·포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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