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위한 금융개혁안 추진
기업·법인 실소유주도 명시해야
철저한 은행 비밀주의 이면에는 ‘검은 돈’까지 보호하던 전적이 있는 스위스가 이미지 탈피를 위해 규제 강화에 나섰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자금세탁방지법(AMLA) 개정안을 포함한 관련 규제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새 규정이 도입되면 향후 모든 부동산 거래는 자금세탁 조사를 받게 된다. 귀금속·보석 현금 거래도 기존 10만스위스프랑(약 1억5000만원)에서 기준을 대폭 낮춘 1만5000스위스프랑(2200만원)부터 전부 자금세탁 조사 대상이 된다. 또 신탁·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부동산 거래를 주선하는 변호사, 회계사 등은 자금세탁 의심 정황에 대한 신고의무를 지게 된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령회사를 통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법인 실소유주 추적이 가능한 중앙 명부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연방 법무부와 경찰청이 관리하는 명부에 기업·법인 실소유주를 기록하고, 재무부 산하 기관이 명부를 점검한 뒤 제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검토를 거쳐 내년 의회에 제출될 예정인 이번 개혁안은 스위스를 통한 돈세탁이 만연하다는 국제사회의 지적 속에 나왔다. 스위스는 1930년대부터 자국에 개설된 은행 계좌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은행 비밀주의를 법제화했고, 2차 세계대전 직후 이뤄진 나치 자산 몰수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2015년 유럽연합(EU)과 은행 계좌 정보 공유 협정을 체결하면서 비밀주의는 막을 내렸지만, 전 세계의 검은 돈이 스위스로 모인다는 부정적 시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위스는 세계 최대 역외자산 집결지로, 현재 2조4000억달러(3172조원)가량의 해외 자산이 예치돼 있다고 F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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