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자산 발행 논의 아직 없어
“이용자보호법 등 불공정거래 규제 가능”
전문가들 ICO 도입한 후 관리감독 지적
“합법화해서 투자자 보호하는 게 바람직”
‘투자자 보호장치가 확보된 가상자산(코인) 발행 방식부터 국내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서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를 구축하게 하겠다며 ICO를 허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ICO 허용을 강조한 지 1년 넘게 지난 현재 국내 ICO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ICO 도입 논의는 지난 1년간 멈춰 있는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시장 조작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발행과 관련해서는 논의되고 있는 게 아직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통과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으로 보관하고, 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함으로써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1단계 법안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등에 대한 내용을 2단계 법안에 담을 예정인데, 아직 금융위 차원에서는 2단계 법안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국가도 가상자산 관련 방향성과 규율체계를 찾고 있는 단계”라며 “글로벌 동향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아직 (ICO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ICO는 코인 프로젝트가 거래소 상장 전에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이다. 국내에서 ICO는 2017년 12월 이후 금지됐다가, 루나테라처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발행돼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문제가 되면서 “ICO를 도입해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는 “국내에서 ICO는 금지돼 있지만 코인 거래는 허용돼 있다”며 “ICO 금지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ICO를 합법화해서 프로젝트들이 국내 법인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하게 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지금은 사업이 망하면 프로젝트가 ‘재단이 싱가포르에 있으니 싱가포르에 가서 따지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 발행을)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으로 두면서 피해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 교수도 “국내에서 ICO를 할 수 없으니 해외로 우회해서 발행하고 있는데, (발행까지) 국내 제도권으로 들여와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만 ICO를 허용해도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은 규제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예자선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국내에서 ICO를 허용하더라도 국내에서 발행한 코인만 거래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발행을 열어두면서 해외 발행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지금 상황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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