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빠진 9월 모평… 최상위 변별력 약화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 실시
국·영, 6월보다 다소 어려워져
중상위권 변별력 대체로 확보

정부의 ‘킬러문항’(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발표 후 첫 모의평가(모평)인 9월 모평에서 정부의 공언대로 킬러문항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시험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올해 6월 모평에 비해 국어와 영어는 약간 어렵고, 수학은 쉬웠다는 평가다. 우려했던 ‘물시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변별력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고난도 문항이 줄고 ‘준킬러’(중고난도) 문항이 늘어난 형태여서 최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시험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3년 전국연합학력평가(9월 모평)가 치러진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2139개 고등학교(교육청 포함)와 485개 학원에서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2024학년도 수능 전 평가원의 마지막 모평인 이번 시험에는 재학생·졸업생 등 47만5825명이 지원했다.

EBS와 입시업체들은 이날 모평에 과거처럼 ‘꼬아 만든’ 킬러문항은 없고 EBS 연계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난이도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다르지만, 대체로 전년 수능이나 6월 모평에 비해 국어는 어렵고 수학은 쉬웠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다소 평이한 시험, 수학은 어려웠던 시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국어·수학은 ‘불’이나 ‘물’이라 부를 정도로 아주 어렵거나 쉬운 시험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최서희 교사(중동고)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주어진 정보량이 과하거나 많은 추론을 요구하는 킬러문항은 배제됐지만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선지로 적정 난이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학 강사인 심주석 교사(인천하늘고)도 “여러 개념을 복잡하게 이해하고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지만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는 문항도 어느 정도 있다”고 분석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전년 수능이나 6월 모평보다 어려웠다는 평가다. 특히 중상위권 학생이 까다롭게 느낄 수 있는 문제가 많아 1등급 비율은 이전 시험(2023학년도 수능 7.83%, 6월 모평 7.62%)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교육당국이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 확보’란 숙제를 위해 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 중고난도 문항을 늘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과목으로 여겨지는 수학에서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졌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중상위권의 변별력은 확보됐지만 최상위권의 변별력은 떨어진 시험이란 얘기다. 교육당국은 올해 수능도 모평과 비슷한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최상위권에서 대입 전략 수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유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