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2분기에도 계속됐다. 대출잔액은 늘어났고 전 업권에서 연체율은 올랐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위험관리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시장에서는 증권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하반기에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깡통전세’나 ‘역전세’ 현상 등으로 발생하는 전세보증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의 보증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편 추석을 앞두고 소갈비와 낙지 등 50개 품목의 수입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잔액 늘고 연체율 오르고…부동산 PF 부실 지속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캠코·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주요 금융지주 등과 함께 제3차 부동산 PF 사업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났다. 연체율도 6월 말 기준 2.17%로 3월 말 2.01%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업권별로 볼 때 증권사 연체율이 6월 말 기준 17.28%로 3월 말보다 1.4%포인트 오르면서 가장 높았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1%에서 2022년 말 10.38%, 올해 3월 말 15.88% 등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에서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4.61%, 여신전문금융사가 3.89%였으며, 보험사는 0.73%였고 은행의 경우는 0.23%였다. 부동산 PF 거래 규모가 큰 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 규모는 1%를 넘지 않았지만, 대출잔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대출잔액 5조5000억원)과 저축은행(10조원)의 연체율은 높았다.
금융당국은 연체율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1분기 연체율 상승폭(0.82%포인트)에 비해 2분기 상승폭(0.16%포인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른 증권도 1분기 상승폭(5.5%포인트)대비 2분기 상승폭이(1.4%포인트) 둔화됐다. 금융위는 부동산 PF 관리를 위해 진행 중인 ‘PF 대주단 협약’의 운영상황도 공개했는데 8월 말 기준 총 187개 사업장에 적용 중이며, 이 가운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 이뤄지는 ‘브릿지론’ 단계가 전체 협약 중 77%인 144개 였다. 김 부위원장은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방안을 이달 말 정부합동 주택공급확대 관련 대책에 포함하여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 판단과 달리 시장에서는 ‘노란불’이 깜빡거린다. 특히 제2금융권 우려가 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상반기 만기도래가 예정됐던 증권사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노출액) 5조2000억원 중 73%가 만기연장됐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연장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있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인데 부동산 대출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문제도 있다. 특히 증권사 투자 경우가 그렇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을 지분투자와 같은 ‘후순위’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시엔 적은 투자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익 악화로 매각이나 리파이낸싱(재융자)시엔 선순위부터 자금이 돌아가기 때문에 후순위 투자는 큰 손실을 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저는 지난 3월 말 기준 13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7조원이 공실률이 높은 해외 오피스에 집중됐다. 해외 오피스의 경우 중소형사(1조2000억원)보다 대형사(5조9000억원)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전세보증금 사고…보증료율 현실화해야”
이날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란 임대인(집주인)이 보증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이 임차인(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보증기관은 보증료를 받은 뒤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대신 이행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대표적인 보증사업으로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인이 가입할 수 있는 HUG(주택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민간임대주택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두 가지가 있다. 두 상품의 보증 잔액은 170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부진하면서 깡통전세(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낮은 것)나 역전세(전세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것), 전세 사기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HUG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임대보증금(대위변제금)은 1조651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대위변제금(9241억원)을 이미 약 78.6% 초과한 금액이다.
문 연구위원은 “보증사고가 급증하자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반환보증의 가입요건을 강화하면서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금 가입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 이하였으나 5월 이후 126% 이하로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저가의 연립·다세대주택 임차인들이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문 연구위원은 “일단 반환보증을 최대한 많은 전세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대신 보증료율을 현실화해 손실률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은 0.1∼0.15%로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잔액 대비 변제금액 비율인 보증사고율(1.55%)보다 낮다. 다만 보증료율을 현실화할 경우 전세가율이 높은 저가주택의 보증료율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임대인의 상환능력 등을 고려한 보증료율 차등화 등도 필요하다고 문 연구위원은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임차인이 대여한 보증금을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준으로 임대인과 제3자에게 나눠 보관하게 하는 ‘혼합보증제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혼합보증제도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면서 소위 ‘갭투자’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 작년보다 안정세
한편 관세청은 추석을 맞아 소비가 증가하는 주요 농축수산물 79개 품목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 지원을 위해 수입가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우선 발표에는 전년도 추석 연휴 3주 전인 2022년 8월11~17일과 올해 추석 연휴 3주 전인 2023년 8월30일~9월5일 기간의 수입가격을 비교해 작성됐다.
이 기간에 농축수산물 18개 품목은 상승했고, 50개 품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산물은 42개 품목 중 12개 품목 상승, 24개 품목은 하락했다. 축산물은 11개 품목 중 1개 품목은 상승, 10개 품목은 하락했다. 수산물은 26개 품목 중 5개 품목은 올랐고 16개 품목은 가격이 내렸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 중 김치는 평균 수입가격이 1㎏당 969원으로 지난해보다 2.2% 상승했다. 고추류(냉동)와 참깨도 각각 16.6%, 12.7% 올랐다. 반면 귀리는 31.8%, 들깨는 23.3%, 커피(생두·유카페인)는 15.9% 각각 하락했다.
축산물은 버터(12.7%)와 치즈(12.8%) 등은 올랐으나 삼겹살(냉동, -2.5%), 소갈비(냉동, -32.5%), 닭다리(냉동, -8.3%) 등은 내렸다.
수산물은 바지락(신선·냉장) 1.9%, 명태(신선·냉장, 57.5%) 등은 상승한 반면 오징어(냉동, -5.9%), 낙지(냉동, -13.6%) 등은 하락했다.
관세청은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을 이날 1차 발표에 이어 2차(9월 19일), 3차(9월 26일) 총 3회에 걸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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