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까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그랜드관
들뜬 듯 밝고 즐거움이 느껴지는 화면이지만, ‘관능’과 ‘욕망’은 기어이 드러나고야 만다.
작가 이혜영의 최근 작업을 보면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을 찾아 고심해왔다는 점이 여실하다. 새로이 시도한 누드 컨셉은 기존 인체 묘사 재현을 넘어 조형의 관점으로 독창성을 표출한다. 여체 자체에 치중하기 보다는 여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조용히 응시하며 하나하나 설득력 있게 포착해내고 있다.
마치 파스텔 한 통을 다 풀어놓은 듯, 보라 노랑 주황 하늘 청회 녹청을 과감하게 쓰는데도 이들 색조는 거부감 없이 스스로 조화를 부린다. 전반적으로 푸른색계열이 주류를 이루는데, 주재료인 아크릴 물감에다 스프레이 페인트 작업을 더해 형태의 모호함을 확장시키고 부드러운 색채의 전환을 극대화했다. 예술적 역량을 쏟아부어 한층 진화하는 모습이다.
검정색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도 작가가 갖춘 강점이자 미덕이다.
서로 다른 색채 대비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연 이미지가 주는 아름다운 형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국화의 공간 요소를 차용한 동양 정서를 바탕에 녹여 추상의 모습을 잡아나간다.
수채화가 주는 투명함과 평화로운 감성을 담아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이혜영의 그림들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어느새 우리를 신화나 전설 속 어디쯤인가에 데려다 놓는다.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그랜드관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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