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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치와 블랑팡이 만난 ‘스랑팡’…‘문스와치’ 히트 이어갈까 [김범수의 소비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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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6 11:00:00 수정 : 2023-11-15 13: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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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로 잘 알려진 스와치그룹이 다시 한 번 명품 브랜드와 협업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명품시계로 잘 알려진 오메가와 협업한데 이어 이번에는 무려 명품 이상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Blancpain)과의 협업 제품이다. 

 

앞서 스와치그룹이 이번에 블랑팡과의 협업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났을 때 시계 애호가들은 반신반의했다. 저렴한 가격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을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컸고, 블랑팡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어떻게 재해석할 지 관심도 많았다. 그리고 지난 9일 스와치×블랑팡 제품이 출시됐다.

시계 제조사 스와치가 하이엔드 브랜드 블랑팡과 협업해 출시한 다이버 시계. 스와치그룹 제공
시계 제조사 스와치가 하이엔드 브랜드 블랑팡과 협업해 출시한 다이버 시계. 스와치그룹 제공

◆스와치×블랑팡…전작 ‘문스와치’ 돌풍 이어갈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와치그룹은 지난 9일 동명 산하 브랜드 스와치가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블랑팡과 협업한 시계를 출시했다.

 

이번 협업에서 블랑팡의 대표 모델이자 현대 다이버 시계의 디자인을 확립한 ‘피프티패덤즈’(Fifty Fathoms) 모델을 베이스로 한 시계가 나왔다. 가격은 55만5000원.

 

이번에 출시된 스와치×블랑팡 시계는 원작과 같이 다이버 기능을 살려 방수재질로 제작됐다. 다만 스테인리스나 티타늄으로 제작된 원작 케이스와 달리 친환경 플라스틱과 바이오세라믹 등으로 만들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계식 무브먼트인 ‘SYSTEM51’가 탑재됐다.  

 

앞서 스와치그룹은 스와치와 명품시계 브랜드인 오메가(Omega)와 협업해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모델, 일명 ‘문워치’(Moon Watch)라고 불리는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 협업 제품은 ‘문스와치’라고 불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문스와치의 일부 모델은 아직도 정가에 구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 스와치가 블랑팡과 협업해 출시한 시계의 애칭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계 애호가 사이에선 ‘스랑팡’(스와치+블랑팡)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진=스와치그룹 제공
사진=스와치그룹 제공

스와치그룹이 문스와치에 이어 블랑팡과 협엽한 스랑팡을 출시한 이유는 아무래도 오메가와의 협업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약 1000만원 하는 오메가 문워치를 30만원대에 맛볼 수 있다니, 시계 애호가가 아니어도 문스와치는 그야말로 선호대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문스와치를 구하기 위해 국내 스와치 매장과 심지어 해외 매장까지 돌아다녔지만 실패한 경험도 했었다. 문스와치의 인기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였다. 

2022년 스와치에서 출시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모델과 협업한 '문스와치'(MoonSwatch). 지난해 시계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스와치그룹 제공

스와치가 블랑팡과 협업한 ‘스랑팡’이 출시되면서 지난 한 주 시계 시장은 이 제품에 대한 평이 오르내렸다. 출시 되자마자 물건을 사서 웃돈 주고 다시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이 구매했고, 정가보다 무려 2~3배 높은 가격에 물건을 올려놓고 있다. 

 

스와치그룹이 문스와치에 이어 야심차게 내놓은 스랑팡이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의외로 전작에 비해 평이 엇갈린다. 

 

◆블랑팡(BlancPain) 시계는 어떤 시계일까

 

문스와치에 비해 스랑팡이 평이 엇갈리는 이유는 가장 먼저 블랑팡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있다. 시계 애호가들은 모두 알지만, 일반인 사이에서 블랑팡은 다소 생소한 브랜드다. 실제로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블랑팡’(BlancPain)이라는 글자를 블란크페인으로 읽는 경우도 종종 봤을 정도다.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롤렉스나 오메가, 까르띠에는 너무나도 명품시계로 잘 알려졌다. 그들은 오다가다 오메가의 문워치나 ‘씨마스터’ 모델,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모델, 까르띠에의 ‘탱크’는 보고 자랐다. 따라서 스와치그룹이 문스와치를 출시했을 때 눈에 익숙한 모델에, 오메가라는 명품 브랜드 로고가 적혀있는 데다가, 30만원대에 구할 수 있는 저렴함까지 갖춘, 어떻게 보면 시계 생태계 교란 품종이 나온듯한 반응이 일었다.

스와치그룹 산하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BlancPain)의 대표적인 모델인 피프티패덤즈(Fifty Fathoms) 다이버시계. 스와치그룹 제공

반면 블랑팡은 철저히 시계 애호가의 영역이다. 애초에 이번 스랑팡의 원작인 ‘피프티패텀즈’ 모델 가격이 대략 2000만원 전후하는 시계다. 물론 첫 명품 시계에 2000만원을 태울 수 있지만, 적어도 블랑팡 보다는 롤렉스나 차라리 예거 르쿨트르 같은 제품이 선호되는 편이다. 그만큼 블랑팡은 첫 시계 보다는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시계로 선호된다.

 

이러다보니 일반인들은 스와치의 협업 제품의 전작인 문스와치에 비해 스랑팡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우려다. 게다가 가격도 문스와치보다 약 20만원이 비싼 약 55만5000원에 책정된 것도 은근 부담이다. ‘그돈씨’(그 가격이면, 더 보태서 다른 거 산다는 뜻의 신조어)라면 성능이야 말할 것도 없이 다재다능하고 디자인도 수려한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 같은 스마트워치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블랑팡을 가지고 있거나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시계 애호가들의 심리적인 저항이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블랑팡의 이미지는 오메가, 롤렉스 이상의 ‘하이엔드’ 브랜드다. 하이엔드 브랜드에 저렴하고 쉽게 차고 버릴 수 있는 ‘스와치’ 이미지가 묻는 거에 대한 반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메가 때와 다르다.

 

일단 블랑팡의 역사를 살펴보면 블랑팡은 무려 1735년에 설립된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계 브랜드다. 물론 중간에 폐업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장 오래 ‘존속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손에 꼽는 장수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블랑팡은 20세기 초반까지 만해도 중저가 브랜드로 여겨졌지만, 1980년대 들어서 명품 이상의 명품인 하이엔드 브랜드로 거듭났다. 게다가 블랑팡은 앞서 말한 ‘피프티 패텀즈’라는 다이버 시계를 제작했는데, 이는 오늘날 다이버 시계 디자인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줄 정도다.

블랑팡 르망 아쿠아 렁(Aqua Lung). 스와치그룹 제공

게다가 블랑팡은 창립 이후 단 한번도 쿼츠시계(건전지가 들어가는 시계)를 단 한번도 만들지 않는 등 헤리티지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그러다보니 중후한 멋을 살리려는 사람들에게 선호도가 높았다. 대표적인 블랑팡 착용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착용하는 모델명은 블랑팡 르망 아쿠아 렁(Aqua Lung), 이른바 ‘푸틴 시계’로 잘 알려져있다.

 

블랑팡의 헤리티지와 독특하고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매료된 시계 애호가에게 있어서 이번 스와치의 스랑팡은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기념삼아 또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한다면 언제든 환영할 수 있지만, 확장성에서는 어떨지 기대 반 의문 반이라고 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랑팡의 '아쿠아렁'(Grande Date Aqua Lung) 모델. AFP게티이미지뱅크

◆스와치그룹의 딜레마…리치몬트 그룹과 스마트워치 

 

스와치그룹이 문스와치에 이어 스랑팡까지 출시한 이유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계 상황으로 해석된다. 스와치그룹은 흔히 알려진 가성비 브랜드인 스와치를 포함해 미들급인 해밀턴·미도·티쏘, 명품 브랜드인 론진·오메가, 하이엔드인 브레게·블랑팡·글라슈테 오리지널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드림팀에 가까운 시계그룹이지만 현재 대표적인 경쟁 관계인 리치몬트 그룹에 매출 측면에서 밀리기 직전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시계 시장 매출에서 스와치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 리치몬트는 19.3%로 0.5%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출처: Italian Watch Spotter

리치몬트 그룹에 속한 브랜드는 대한제국 순종 황제도 소유했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아 랑에 운트 죄네·예거 르쿨트르·IWC·파네라이·까르띠에 등이 있다. 

 

특히 롤렉스에 이어 매출액 2위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오메가가 최근들어 까르띠에에 추월당에 3위로 밀려난 점은 시계 시장에서 큰 메시지였다. 지난해 까르띠에의 매출액은 한화 기준 약 4조1250억원으로 오메가 매출액(3조7050억원)을 앞질렀다.

출처: Italian Watch Spotter

게다가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 등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도 큰 위협이라는 평이다. 일반인들은 100만원 이하에 기계식 시계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시간을 보여주는 데다가 기능까지 많은 스마트워치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 일반인들의 스마트워치 사랑이 커질수록 가성비와 미들급 브랜드의 매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 시계 애호가는 “스와치그룹이 여러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좋지만, 달리 보면 절박함에서 나오는 처절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스와치그룹의 다양한 시도와 신제품에 대한 집념은 매년 시계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걱정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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