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농도 낮추고 질소 채우는
CA 저장 기술 국내 최초 도입
농산물 대사량 줄이는 게 핵심
부사·마늘 최대 1년 저장 가능
상추 등 엽채류 신선하게 보관
‘배추대란’ 때는 물가안정 기여
추석을 2주 앞둔 지난 15일 경기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 후레쉬센터 컨베이어 벨트 위로는 성인 주먹보다 큰 사과와 배를 비롯해 각종 과일이 쉴 새 없이 운반되고 있었다. 이들 과일은 추석용 선물세트로 엄선한 최상품들이다. 운반되던 사과를 하나 꺼내 한입 베어 물자 마치 갓 딴 것처럼 싱싱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이 느껴졌다. 이 사과는 한 달전에 수확한 ‘홍로’ 품종이다. 홍로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주로 수확하는 품종으로 추석 선물용으로 많이 쓰인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70% 이상으로 10월부터 본격 수확하는 부사 계열은 후레쉬센터에서 최장 1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올여름에도 싱싱한 부사 사과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농산물과 선물세트 출하로 분주했다. 이마트가 1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후레쉬센터는 2012년 9월 오픈 당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농산물 유통센터로 관심을 모았다. 연면적 4만6535㎡(1만4077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 운영 인력만 370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도입한 최신 자동화 설비를 갖춰 국내 농산물 유통을 선도하고 있다. 이마트 후레쉬센터만의 첨단 기술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기법’ 덕분이다.
CA 저장은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기술로, 낮은 온도에서 산소와 질소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 시와 동일한 본래의 맛을 유지하는 저장 방식이다.
국내에선 이마트가 후레쉬센터를 통해 처음으로 들여왔다. 이마트는 2013년 사과, 배 등 과일을 처음으로 CA 저장에 성공했고, 2015년에는 엽채류인 상추 등도 저장에 성공했다. CA 저장 기술을 이용해 마늘의 경우 최대 1년 이상 저장할 수 있다.
후레쉬센터 관계자는 “CA 저장고 내 산소를 2∼3%까지 낮추고 이산화탄소는 0.5∼3%까지 높여 산소량을 줄인 만큼 이를 질소로 채웠다”며 “산소량이 줄어들면 저장물이 숨을 적게 쉬면서 농산물의 신진대사량이 줄어들며 노화가 늦춰지기 때문에 적절한 공기 구성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후레쉬센터는 국내 농산물 물가 안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배추 대란’ 사태다.
충청, 강원 지역에서 배추 무름병 확산으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이마트는 사전 기획을 통해 전남 해남, 경북 문경 등 작황이 양호한 산지를 통해 1500t가량을 비축했다. 배추 비축은 물가 안정으로 이어졌다. 김장철이 한창이었던 작년 11월 중순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가 4000∼5000원대였다면 이마트는 3입에 5000∼6000원대에 판매할 수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후 변화 등으로 농산물 저장과 신선식품 보관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어 후레쉬센터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규모 저장 및 실험을 통해 더 많은 품목을 신선하게 저장해 물가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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