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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호주 이어 아프리카 광물협력 강화… 심해 직접 채굴도 기대감 [심층기획-희토류가 패권경쟁 승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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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8 06:00:00 수정 : 2023-09-18 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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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공급망 다양화 나선 일본

민관, 2010년 해외 희토류 개발 본격화
濠서 네오디뮴 등 90%가량 공급 받아
나미비아와 자원 탐사·제련·유통 맞손
10년 만에 對中 의존도 60%수준 낮춰

디슬프로슘 등 6종 대체기술개발 박차
전기차 희토류 재활용 2027년 실용화
1600만t 희토류 발견… “2025년 채굴”
수심 6000m 굴착기술 개발 정부 지원

지난해 10월 미국 국방부가 세계 최강 전투기 F-35 인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인수가 재개됐지만, 이 뉴스는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 REE)가 미국 안보와 나아가 동맹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근의 사례로 회자된다.

 

F-35 인수 거부 이유는 조그만 자석 하나 때문이었다. F-35 엔진에 들어가는 영구자석 원료가 중국산이었다. 미 군수물자 조달 규정에는 중국 등 우려국 합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이 자석의 주원료가 중국의 네오디뮴이다. 희토류 중 가장 많이 쓰는 원소다. 네오디뮴을 넣어 자석을 만들면 자력이 10배 강해진다.

 

미국은 엔진 제작사에 1년 안에 영구자석 원료의 대체 공급원을 찾아오라는 조건을 달아 기존 계약분 F-35 인도를 재개했으나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는 게 중론이다. F-35 1대당 필요한 희토류는 410㎏ 정도인데 네오디뮴을 포함해 대부분 중국에서 원료가 채취된다.

 

희토류가 또 무서운 이유는 세계 경제 판도를 바꿀 수 있어서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최근 정상회의를 열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이 협의체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탈(脫)달러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브릭스 주축의 탈달러 국제통화시스템 구축작업의 핵심 배경에 희토류가 있다. 러시아는 중국, 베트남,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다.

 

세계 1, 3, 4위가 손잡고 금과 희토류 기반의 전자화폐 등을 만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희토류 생산량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가진 이들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달러 중심 글로벌 경제 패권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격화하는 안보·경제 패권 경쟁에서 희토류가 핵심 무기로 부상했다. 이 경쟁에서 미국과 주요국 전략은 일단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희토류는 2022년 기준 세계 생산량이 30만t에 불과하다. 중국이 이 중 21만t을 생산했다. 희토류는 원소기호 57에서 71까지 15개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17개의 원소다. F-35 외에 핵추진잠수함,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등 첨단장비 원료로 사용되며 일부는 희토류 없이 제조가 불가능하다. 산출되는 양이 아주 적어 희토류라 부른다.

한국은 희토류를 전량 수입한다. 과거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었으나 2020년부터 일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본 정부가 희토류 탈(脫)중국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010년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원 빈국에 속했던 일본이 그로부터 10년 만에 주요 희토류 수출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본 정부의 희토류 탈중국 정책은 해외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국내 채굴과 희토류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이 같은 노력으로 의존도를 60%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25년 대중 의존도 목표는 50% 이하다.

◆호주·아프리카, 다양해진 해외 공급망

 

일본이 먼저 눈을 돌린 곳은 해외였다. 민관이 힘을 합쳐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고, 가장 뚜렷한 성과는 호주에서 나왔다.

 

2011년 3월 일본 국영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종합상사 소지쓰는 ‘일·호(日豪)희토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와 2억5000만달러(당시 약 2800억원) 투자계약을 맺었다. 라이너스가 향후 10년간 해마다 최소 8500t의 희토류를 일본에 공급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일본 국내 수요의 30%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라이너스 입장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중국 희토류 기업과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지렛대를 마련하는 계기였다. 지난달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 지배에 유의미한 흠집을 낸 기업은 라이너스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JOGMEC, 소지쓰는 2019년 6월 라이너스와 계약을 연장해 2038년까지 매년 7200t의 희토류를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2022년 일본 국내 희토류 수요(1만6039t)의 44.9%에 해당하는 양이다. 일본 정부가 희토류 기술 고도화, 희토류 미사용 신규 프로세스 개발 등을 통해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일본에서 라이너스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희토류에 속하는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의 약 90%를 라이너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아프리카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해 잠비아, 콩고, 나미비아와 광물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나미비아와는 희토류 탐사·제련·유통·산업화를 포함한 포괄적 협력을 체결했다.

◆심해서 1600만t 희토류 발견…자체 채굴 모색

 

일본은 외국에 기대지 않고 자체 조달을 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10년 만든 희토류종합대책에 큰 그림이 담겨 있다.

 

종합대책은 우선 대체기술개발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에 사용되는 디슬프로슘 등 6종의 광물에 대한 대체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기존 제품에 사용된 희토류 재사용과 관련 설비 확충도 강조했다.

 

지난 6월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전기자동차 등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재이용하는 기술을 2027년 실용화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닛산자동차, 와세다대는 2021년 전기자동차 모터 내부의 자석에 사용하는 희토류를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프로세스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공급원이 특정 국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특정중요광물’로 지정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지원체계를 확충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 근거다. 희토류는 반도체, 액화천연가스 등과 함께 특정중요광물로 지정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희토류 자체 채굴이다. 2013년 도쿄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가 오가사와라제도 미나미토리섬 인근에서 희토류를 고농도로 포함한 진흙층을 발견하면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수심 약 6000m에서 확인된 이 진흙층에는 희토류 약 1600만t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심해에서 꺼내올 수 있는 굴착기술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내각부는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젝트’(SIP)의 일환으로 내부에 6개의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직경 3.5m, 깊이 5,6m의 컵모양 흡입기를 해저에 박아 진흙을 빨아들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요미우리는 “지난해 여름에는 수심 2470m에서 진흙, 퇴적물을 하루 약 70t가량 끌어올리는 실험에 성공했다”며 “올해는 수심 6000m에 도달하기 위한 파이프 제조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JAMSTEC 관계자는 “미나미토리섬 인근에서 첫 희토류 채굴을 이르면 2025년 후반에 실시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해양개발중점전략’을 마련해 미나미토리섬 희토류 채굴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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