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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박인제 감독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부담감 보다 재밌었죠”

입력 : 2023-09-19 07:00:00 수정 : 2023-09-18 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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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연출 박인제 감독

2003년 데뷔… 매번 색다른 영상물 도전
‘무빙’으로 침체 속 디즈니 구한 장본인

원작 캐릭터 감정 묻어나는 액션 고민
강풀 작가와는 좋은 의견 나누며 연출
서양인 프랭크는 ‘입양아’로 바꾸기도

제작비보다 20회 분량 ‘긴 작품’ 더 걱정
20일 에피소드 3회 공개로 결말 맺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부담감, 두려움보단 재미가 컸어요. 물론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지만, 작품의 흥행 여부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제가 실패해 본 적이 있어서 알죠.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박인제 감독은 2003년 영화 ‘여기가 끝이다’로 데뷔, 황정민 주연의 영화 ‘모비딕’(2010), 최민식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2016)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시즌2를 맡았다. 매번 색다른 느낌의 영상물을 제작했던 그가 이번에도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암울했던 분위기의 디즈니플러스를 살려낸 장본인,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연출을 맡은 것.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2015년 웹툰 공개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20일 18∼20회 3회 연달아 공개하며 대미를 장식하는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부담감, 두려움보단 재미가 컸다”며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나는 액션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연출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에 끌렸다”면서도 “무엇보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연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고 ‘무빙’을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무빙’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이야기와 더불어 실사 드라마만의 연출, 특히 다양한 초능력과 그 초능력을 활용한 액션으로 호평받고 있다.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나는 액션을 만들고자 했어요. 강풀 작가가 써놓은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고려해 표현 방식을 찾아갔죠. 예를 들어 프랭크(류승범)가 주원(류승룡)을 쫓을 때 운전을 격하게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는데, 프랭크의 서사와 감정을 생각하면 그런 액션이 필요했습니다.”

강풀 작가와의 작업에 대해선 “작가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제시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게 연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하기에는 좋은 의견을 최대한 잘 소화해서 만드는 것이 제 임무”라며 “신인 감독이 아니기에 (강풀 작가가) 제시한 대로 찍기보단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변화 중 하나가 류승범이 연기한 프랭크다. 박 감독은 “대본 단계에서 프랭크는 서양인이었다. 서양인을 캐스팅해서 액션스쿨에 보내서 멋진 무술을 구사하기엔 리스크가 컸다. 그런 배우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말도 잘해야 했다”며 “차라리 입양이라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바꿨다. 그런 고민을 강풀 작가한테 얘기하고 류승완 감독을 통해 류승범을 캐스팅해 주셨다”고 밝혔다.

‘무빙’은 약 5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만든 한국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제작비다. 최근 공개된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상위에 위치한 제작비다.

“전 그냥 메이커(maker)잖아요. 제작비는 제가 생각할 게 아니라고 봐요. 그건 미국에 있는 월트디즈니에서 생각할 문제입니다. 잘 만들면 잘 될 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500억원이라는 돈만 보면 커 보이지만 회차당 금액으로 보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회당 25억원을 쓴 거니까요. 오히려 적은 돈으로 이 작품을 완성한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박 감독은 제작비보다 ‘긴 호흡’을 더욱 걱정했다. “젊은 관객은 스무 개나 되는 에피소드를 본 경험 자체가 없잖아요. 미국 드라마라고 해도 ‘프리즌 브레이크’나 ‘로스트’를 본 세대도 아니니까요. 이젠 저 역시도 긴 드라마를 못 봐요. 이런 상황에서 이 긴 작품을 진득하게 앉아서 보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거죠.”

‘무빙’은 20일 18∼20회 3회를 연달아 공개한다. 다양한 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하는 초능력,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등. 탄탄히 쌓아왔던 이야기가 드디어 결말을 맺는다.

박 감독은 ‘무빙’에 대해 “미숙한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해보지 않았던 장르를 해보게 됐다”며 “관객분들이 울고 웃었던 부분에서 저도 모니터 앞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감독으로서 재밌었던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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