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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시장과 맥주페스티벌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3-09-23 17:00:00 수정 : 2023-09-22 19: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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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충남 예산시장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예산군과 요리 전문가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민관 협업으로 맥주페스티벌을 연 것. 3일간 무려 24만6000여명이 방문해 성황리에 마무리한 축제였다. 특히 기존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통돼지 바비큐와 예산군의 다양한 농산물을 사용한 지역 맥주가 등장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행사의 진행 취지 중에는 예산군을 관광화하는 내용도 있으나 또 다른 면이 있었는데, 올해 문제가 된 바로 축제 공간에서의 바가지 상술 문제를 근절해 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특히 KBS2 1박2일에 경북 영양 전통시장에서 한 봉지에 7만원, 두 봉지에 14만원에 과자를 강매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지역 축제 바가지 상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 바가지 상술은 영양 전통시장뿐만이 아니다. 여타의 축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사한 음식,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매장보다 훨씬 가격이 높았던 것. 함평 나비축제의 경우 통돼지 바비큐 한 접시에 무려 4만원에 팔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충남 예산시장에서 열린 맥주페스티벌. 예산군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 맥주페스티벌이 추진한 것은 ‘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저렴한 가격. 그래서 컵떡볶이 1000원, 지역 수제 맥주는 한 잔당 4000원, 통돼지 바비큐는 200g에 1만2000원으로 판매됐다. 지역 축제에는 바가지 상술이 근절돼야 내년에도 다시 찾는다는 백종원과 주최 측의 생각이었다. 특히 이번 바비큐는 아르헨티나의 아사도 방식을 적용, 맥주페스티벌의 심벌이자 포토존으로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예산시장은 방문자에게 비용 부담이 지극히 적은 곳이다. 삼겹살이 200g에 5000원이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5000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핫바(어묵꼬치)가 이곳에서는 2000원이다. 예산시장에서는 꽈배기 역시 5개에 3000원. 휴게소 등에서 개당 2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예산시장처럼 구매하면 1만원 가까이 된다. 적어도 고속도로 휴게소만 비교한다면 3분의 1 가까이 저렴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지역 축제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엄청나게 많이 참여한 것. 예산군이나 충남권뿐만이 아니라 서울, 경기권에서도 많은 방문이 이뤄졌다. MZ세대의 특징은 앞으로의 문화 산업을 이끌어 가는 소비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물론 늘 기존의 것을 타파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층이다.

예산시장 콘텐츠만 인스타그램에 1만6000개가 넘으며, 맥주페스티벌 역시 2000개 가까이 올라왔다. 이러한 소비층이 전통시장을 직접 찾아오고 자신의 SNS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통시장 트렌드가 밝다는 또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렸다는 것. 백종원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해외에서 보내는 영상편지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생각하지 못해 준비가 미흡했다며 앞으로는 세밀하게 준비해서 알찬 축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 축제는 외지인들에게 우리 고장을 소개할 아주 중요한 기회다. 모두 다른 문화를 접할 것을 기대하고 이곳을 방문한다. 마치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일 수 있다. 손님에게 인색하게 굴면 다시는 안 온다. 아마 이러한 부분을 백종원이 제일 알 아는 듯하다. 앞으로의 축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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