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가결됐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체포동의안을 두고 이 대표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은 결국 가결됐고 민주당은 원내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현재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날은 지난 6월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알지 못했다. 이 대표 특유의 승부수는 통하는 듯했다. 방탄이라는 오명을 벗고 당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가 떠올랐고, 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권고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비회기 영장청구’를 고집했다. 검찰의 회기 중 영장청구가 당의 분열을 노린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검찰은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첫 승부수가 통하지 않자 이 대표는 또 다른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내걸었다. 이번 단식 역시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을 요구했다. 명확한 중단 조건이 없는 단식이었고 여당 등 일각에서는 방탄 단식이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당은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요? 잘 모르겠습니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재명표 단식, 웰빙 단식을 하는 ‘단식 쇼’”(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라는 등 이 대표를 조롱했다.
이런 여당의 태도는 이 대표가 단식을 길게 이어가며 급변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이 대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를 막론하고 이 대표를 찾아왔고 당내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듯했다.
세력 결집의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가 치료받고 있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온 장면이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두 분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손을 꼭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은 당의 큰 어른이다. 민주당이 하나로 단결해 적과 싸워야 할 지금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고 지적하며 화답했다.
그러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 마지막 수를 띄웠다. 지난 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겁박과 야당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했다.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수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가결을 요청하고 당은 정치적 부담을 덜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선택은 부결이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그룹은 부결 하겠다는 의원 명단을 공유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부결 요청은 역효과를 냈다. 지난 1차 체포동의안(18표)보다 찬성표가 11표가 더 나오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기존 이탈표인 38표와 비슷한 39표가 이탈을 했지만 기권과 무효에서 가결로 돌아선 ‘반란표’가 많아지며 이 대표의 세 번째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6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주십시오. 검사독재정권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26일까지 또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는 알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만의 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수들이 국민과 역사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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