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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노르마’ 연출가 오예 “전 세계에 ‘노르마’처럼 억압받는 여성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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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6 15:29:44 수정 : 2023-09-26 15: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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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전 세계에 ‘노르마’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르마에서 비쳐지는 캐릭터성(인물의 특성)은 현재 여성들과 완전히 맞지 않지만 여전히 사회적·문화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인 알렉스 오예(63)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 달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인 알렉스 오예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26∼29일 오예가 연출한 ‘노르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이탈리아 작곡가 벨리니(1801~1835)의 대표작 ‘노르마’는 기원전 로마가 지배하던 갈리아(프랑스 옛 지명)를 배경으로 켈트족 여사제 노르마와 적국 수장인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금지된 사랑을 비롯해 전쟁 등 장대한 줄거리를 다룬다. 여기에 폭넓은 음역대와 고난도 창법의 아리아가 이어져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로 여겨진다.

 

로열오페라하우스가 2016년 시즌 개막 작품으로 초연한 오예 연출의 ‘노르마’는 3500개의 십자가를 엮어 만든 무대 배경 등 압도적인 규모와 파격적인 연출로 찬사를 받았다.

 

다음 달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인 알렉스 오예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오예는 아마추어 배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심취한 인형극을 전공했다. 20대에 바르셀로나의 한 작은 극단에 들어가 연출, 기획, 무대 설치 등을 전반적으로 익혔다. 해당 극단은 일반 극장 무대가 아닌 폐공장이나 폐가, 길거리 등에서 관객들과 함께 하는 획기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한 작품에선 공연할 때마다 새 차를 한 대씩 부수기도 했어요. 차가 완성품에서 조그만 부품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관객과 교감하면서 보여줬습니다.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40년간 독재가 끝난 이후라 자유를 갈망하는 사회적 이념을 담아 창의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오예는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맡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199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마누엘 데 파야의 ‘파우스트의 저주‘를 연출하며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고,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음 달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인 알렉스 오예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권력을 가진 여성인 데다 엄마이자 애인 등 역할이 다양한 노르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굉장히 많다”며 “이 작품의 키워드(핵심어)인 ‘종교’, ‘전쟁’, ‘광기’, ‘희생’이 (관객에게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연출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오예는 가톨릭이 국교이고 프랑코 독재시대였던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험을 전하면서 “(작품 속) 사제 노르마가 화형에 처해지는 건 사회적 증오와 광기 때문”이라며 “노르마가 (사제인데도) 사랑을 하고 출산을 한 게, 아니면 사람들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 게 화형에 처해질 만큼 잘못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개인적으로 모든 종교를 다 존중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종교가(종교적 믿음이) 심하면(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살아있는 사람을 화형까지 시킬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하다는 걸 (노르마는) 보여준다”고도 했다. 

 

첫 내한인 그는 “예전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감명 받아 한국 영화의 팬이 됐다. 좋아하는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집중해서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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