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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챙길 여유 없다…가겟세라도 내야” 위기의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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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9 15:00:00 수정 : 2023-09-29 13: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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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고 뭐고 챙길 여유가 없다. 추석이라도 가게 열어야지 가게 유지비라도 낼 수 있다.”

 

홍대 인근에서 10년째 노래방을 운영 중이라는 A(67)씨는 손님 하나 없는 텅 빈 가게 안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때는 종업원에게 월급 300만원 이상을 쥐여주고도 월 1000만원에 가까운 수입을 챙겼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모아놓은 돈을 모두 소진하고 정부에 3000만원이라는 빚까지 지게 됐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내 폐업한 매장에 대출관련 전단지가 붙어있다.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어려워진 경기에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며 기대는 절망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 오른 공공요금은 A씨의 목을 한층 더 옥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장사를 그만두고자 가게를 투자금의 반값에 내놨지만 불경기통에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A씨는 “그래도 나는 대출금이 적은 편”이라며 “주변 사장님들은 정부대출에 사채까지 수억원씩 빚이 있다. 다들 대출만기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라고 위안으로 삼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정부가 감염을 차단하고자 합석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며 위기에 처했던 소상공인들이 이제는 만기가 도래한 정부대출금, 인상된 공공요금, 불경기 ‘삼재’(三災)가 겹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정부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소상공인의 수가 1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나며 사태의 심각성이 조명되고 있다.

 

대출금 만기 연장, 전기료 분할 납부 등 정부도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지원을 강화하기에는 60조에 가까운 역대급 ‘세수결손’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전문가들은 감세 및 경기침체로 재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소상공인 10명 중 9명 “대출 상환 힘들어”            

 

29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14일 소상공인 1345명을 대상으로 한 금융실태조사 결과 현재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 정도에 대해 87.6%가 힘들다고 답했다. 괜찮다는 응답은 2.1%에 그쳤고 보통이라는 응답은 10.4%였다.

 

소공연은 “장기화한 경기 악화로 부채가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돼 금융 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늘어난 이자부담에 비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매출액에 500만원 미만이라는 소상공인이 32.6%로 가장 많고 500만원∼1000만원이 19.4%였으며 3000만원 이상은 18.7%였다. 

 

늘어난 이자부담에 비해 줄어든 매출액은 소상공인들을 ‘채무불이행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경숙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지역신용보증재단 사고·대위변제 현황’ 자료에 따르며 올해 1∼8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7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3.6배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위변제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위변제액은 아마 지난해 연간 수치인 5076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대위변제액은 2020년 4420억원에서 2021년 4303억원, 지난해 5076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다 올해 급증했다.

 

사고액(소상공인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 액수)은 그 규모가 더 컸다. 지난 2020년 5948억원에서 2021년 6382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작년에 9035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1∼8월에만 1조4785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3.2배에 이른다.

 

소상공인의 퇴직금으로 알려진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적금처럼 매월 일정금액(월 5만~100만원)을 납입하다가 폐업, 사망, 퇴임, 노령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일시불로 그간의 원금에 이자(연 3.3%)를 더해 지급받는 제도다.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7만80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났다. 폐업 공제금 지급금액 역시 8948억원으로 같은 기간 40% 급증했다.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한계에 몰린 소기업·소상공인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감세 등으로 정부 재정여력 없어…지출효율성 높여야

 

이에 정부와 금융권은 지금까지 수차례 소상공인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 상황이다. 아울러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 지원, 채무감면 등 각 업권별 특성에 따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 비용 경감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에 적용하던 전기·가스요금 분할납부를 소상공인으로 확대했다.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각종 제재 처분 완화, 도로점용료 감면 등도 시행중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책들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기를 늦춰줄 뿐 전체 비용은 똑같기에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불경기에 물가는 오르고 대출 만기까지 다가오니 소상공인들이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감세,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올해 역대급으로 세수결손이 일어났고 내년도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턱대고 소상공인 지원규모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소상공인의 실태 파악을 추진한 후 정해진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답했다.

 

반면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리 정부대출, 지원금 등 이미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충분한 지원을 했다. 더 많은 지원을 바라는 것은 ‘특혜’이며 공정에 어긋난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안전하게 폐업을 하고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폐업 지원을 늘리는 것 외에는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적극적 지원에 선을 그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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