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9년 전인 2014년 10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이뤄낸 12년 만의 쾌거였다. 이 밖에도 남자농구는 우리나라에 4차례나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다. 은메달은 6차례, 동메달은 4차례를 거머쥐며 아시아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메달을 거머쥐지 못한 대회도 있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다.
9년 전 대회를 꿈꿨던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17년 전 그 대회처럼 다시 한 번 ‘노메달’ 위기에 몰렸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77-83으로 패배했다. 2승1패가 된 대표팀은 8강 직행 티켓을 일본에게 내줬고, 본선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표팀이 일본에 졌지만 8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다음달 2일 C조 3위와 8강 진출을 놓고 다퉈야 한다. C조 3위는 태국 혹은 바레인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모두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밀린다.
이렇게 한국이 8강에 진출한다면 B조 1위와 준결승을 놓고 다퉈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중국이 한국의 상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2승으로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가 약체 홍콩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중국은 아시안게임에서 8회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지난 대회에서도 중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중국의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중국은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피하고 싶은 팀으로 꼽힌다.
중국과 8강에서 만나는 건 대표팀으로선 계획에 없던 일이다. 때문에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 일본을 무조건 잡아야 했다. 일본에게 진 건 두고두고 뼈아픈 일이 될 전망이다. 일본이 제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리그에서 활약하는 하치무라 루이(LA레이커스)나 와타나베 유타(브루클린 네츠) 등 주축 선수가 대부분 빠졌다. 사실상 2군, 그 이하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일본을 꺾기는커녕 경기 내내 리드 한번 잡아보지 못할 정도로 밀렸다.
일본과의 경기를 내준 대표팀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허훈(상무)은 “화가 난다”고 말했고 전선형(소노)은 “너무 못했기 때문에 경기를 평가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추 감독은 “조 1위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였고, 1위로 가야 앞으로 가기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상황이었다”며 “일본이 우리의 존과 맨투맨 수비에 민첩하게 대응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끝까지 끌려간 게 패인”이라며 “신장이 우수한 우리가 좀 더 골 밑 공략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고 일본 빅맨들의 3점슛이 나온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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