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전북)형한테 제가 차겠다고 했어요.”
1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국과 8강전.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반 22분 상대 문전 20여m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황재원(대구)가 얻어낸 천금 같은 기회. 이때 홍현석이 나섰다. 백승호 등 전문 키커가 있었지만 홍현석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긴장감이 팽배하던 순간 홍현석이 달려들어 왼발로 공을 걷어 올렸다 .이 공은 그대로 감기더니 중국의 골문 구석에 꽂혔다.
경기후 믹스트 존에서 만난 홍현석은 “원래 프리킥 슈팅 연습도 사실 잘 안하고 곧바로 슛도 잘 안 차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왔다”며 “프리킥을 차고 나서 보니 궤적이 좋았고 들어갈 것 같다는 확신이 섰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 슛으로 인생에서 톱 3안에 드는 골을 만들었다”며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 전부터 항저우가 떠나갈 듯 소리치던 중국 팬들의 함성은 홍현석의 골이 터지는 순간 멈췄다. 경기장은 순간 도서관처럼 정적이 흘렀다. 홍현석은 손바닥을 귀에 가져다 댄 뒤 조용히 하라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 번 더 소리치지 못할 거면 조용히 하라는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홍현석은 “세리머니는 특별히 준비한 건 아니다”라며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마침 추가골을 넣은 송민규 역시 홍현석과 비슷한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혹시 연습하진 않았을까. 홍현석은 “맞춰보진 않았는데 날 따라 한 것 같다”고 웃었다.
홍현석은 후반 18분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다시 한 번 키커로 나섰다. 이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투입된 상태였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홍현석은 “강인이한테 물어볼까 생각도 했다”며 “그래도 전반에 넣었으니까 한 번 더 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도전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도 두 골을 추가한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만 23골을 넣고 있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다다. 홍현석은 “감독님께서는 특별히 대량득점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씀해 주신다”며 “다득점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팀 분위기가 정말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다 같이 하고자 하는 것도 있고 뭔가 똘똘 뭉쳐서 한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 전부터 중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심판의 편파판정, 또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우려했다. 홍현석은 “중국 선수들이 강하게 나온 것도 있었다”면서도 “그런 와중에 쓸데없는 경고나 퇴장 당하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돌아봤다.
이제 대표팀은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난다. 홍현석은 “사실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분석하면 우리는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잡으면 홍콩과 일본의 승자와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홍콩은 전날 강호 이란은 1-0으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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