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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교사 사망 한 달’ 악성민원은 어떻게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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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2 14:18:47 수정 : 2023-10-02 14: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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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7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교권추락 실정, 교권보호 장치 작동 여부, 악성 민원 실태가 적나라하게 들춰지면서 교권강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회에서 ‘교권회복 4법’이 통과되고 교육당국도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교권보호 대책 마련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교육청 역시 뒤늦게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 파악에 나서 고발과 징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 대상에서 정작 교육청이 빠지면서 ‘징계 당사자가 조사한 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로 20년 차였던 교사는 2019년부터 생활지도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권침해를 지속 당했다. 민원은 해를 거듭하며 학교폭력위원회 신고,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이어져 교사를 옥죄었다. 학교와 교육청은 도움 요청을 묵살했다. 처절한 시간이었다. 악성 민원은 어떻게 교사를 죽음으로 몰았나. 

 

지난달 15일 대전시교육청 옆 도로에서 열린 대전 사망 교사 추모제. 연합뉴스

◆‘껌 씹는다’ 혼내니 ‘아동학대’ 고소장 날라와

 

지난 7월 숨진 교사는 생전에 악성민원에 시달리며 받은 교권침해 내용을 대전교사노조에 상세히 제보했다. 

 

내용을 보면 교사는 2019년 유성구의 한 초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반 학생 중 유독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괴롭혔다고 한다. 

 

신학기가 시작된 3월 A학생은 수업 태도가 불량해 여러 번의 지도를 받았다. 교실에서 잡기놀이를 해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조르기도 했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문자로 가정 지도를 부탁했다.

 

4월에는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학생을 발로 차거나 꼬집어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으나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교사를 무서워해 학교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5월에는 급식실 바닥에 누운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지도하자 학부모가 ‘전교생 앞에서 지도해 불쾌하다’는 전화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6~8월에도 수업 중 지우개를 씹거나 색종이를 접고, 친구를 꼬집거나 발로 차는 시늉을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A학생의 폭력 수위는 계속 높아졌고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친구의 배를 발로 차는 일도 발생했다. 

 

11월 해당 학생이 다른 학생의 얼굴까지 때리자 교사는 본인 혼자서는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아이를 교장실로 보내자 다음 날 학부모가 교무실을 직접 찾아와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A학생의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학생이 교실에서 지우개를 씹고 있는 것을 목격한 교사가 A학생에게 “껌을 씹었다”며 다른 아동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을 내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A학생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친구와 장난을 치다 친구의 배를 때렸다는 이유로 교사가 A학생을 한쪽에 몰아세운 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A학생을 큰소리로 혼내었다는 등 7회에 걸친 정신적 학대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사과하면 끝날 일’ 작동하지 않은 교권보호제도

 

교사는 악성 민원을 내는 학부모에 들볶이며 수차례 교권보호를 요청했지만 보호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A학생이 친구의 뺨을 때려 교장실로 보내자, 다음 날 학부모가 교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교장과 교감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교사는 회고했다. 되려 ‘교사가 사과하면 될 일’이라는 태도였다고 한다.

 

교사는 “같은 자리에 교장, 교감이 있었지만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고자 한 게 아니었다고 학부모에게 이야기했다”며 오롯이 자신 혼자 해결해야 했다고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교사는 병가를 냈으나 학부모는 국민신문고, 경찰에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했다. 이 때 교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문의했으나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이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해당 건을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했다. 경찰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검찰은 ‘고소한 내용의 대부분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주에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같은 결과에도 학부모는 교사에게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아 속적으로 괴롭혔다. 

 

교사는 2021년 6학년 체육전담교사를 하게 됐는데, 4명 학생 중 한 명의 누나가 한 체육 수행평가에 ‘노력요함’을 줬다. 그러자 해당 학부모는 개인적 감정으로 평가를 했다며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넣었다. 확인 결과 체육 수행평가는 필기시험이었고, 해당학생은 문제를 거의 풀지 않은 거의 백지 상태로 낸 것을 확인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엔 4인방 학생들이 쓰는 복도와 교사가 쓰는 복도가 같다며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다른 층 교담실에 배치하는 민원을 넣었다. 

 

교사는 대전교사노조에 “이러한 민원이 계속 되자 담임을 하고 싶어도 그 당시 4명 학생의 형제들이 각 학년에 분포돼 있다 보니 다시 담임과 학생으로 만나게 되면 힘들어질 것이 예상돼 그 학교에 있는 동안 계속 교과전담을 했다”고 토로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는 본인의 교육관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였으며 학년 선택에도 매우 제한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7일 대전에서 극단선택으로 숨진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7월 대전교사노조가 진행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전달한 글 일부분. 대전교사노조 제공

◆학부모 고발·학교장 징계…교육청 책임은 빠져

 

지난달 27일 대전시교육청은 악성 민원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학교장 등 관리자 징계 절차에 나선다고 밝혔다. 교사가 숨진 지 20일 만이다.

 

조사 결과 교사는 학부모 B씨 등 2명에게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총 16차례의 악성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7차례의 민원을 제기한 것을 포함해 학교에 4차례 방문하거나 전화로 3차례 민원을 지속해 제기했다. 이들은 교사를 상대로 학폭위 신고를 강행했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소극적인 민원 대응을 이어온 교장 등 4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착수한다.

 

교사는 2019년 11월 학교 측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어달라고 두차례 요구했지만, 당시 학교 관리자는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답변하면서도 정작 교보위를 개최하지 않았다.

 

또 교사가 16차례의 민원을 받는 과정에서도 학교 관계자들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교원을 보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관계자 등 4명이 교원 지위법과 교육공무원법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징계 정차에 돌입해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위원장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 수사 의뢰와 교원 보호에 미흡했던 관리자에 대한 징계 조치는 앞으로 교육활동을 보호하겠다는 기관 차원의 단호한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에서 교육청이 제외되면서 ‘교육청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동일한 교사를 대상으로 국민신문고에 7회의 민원이 올라가는 동안, 대전시교육청과 지원청은 갈등을 조정하고 지원하기는커녕 이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며 “법적으로 악성민원은 교육감이 고발할 권한이 있음에도 수수방관했으며 이는 교육청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시교육청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교육청의 책임은 단 한 줄도 명시돼있지 않다”며 “교사의 사망은 사회적 타살로 그 최종 책임은 대전시교육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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