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획사 쟈니스 사무소가 탄생 61년 만에 사명을 바꾼다.
지난 2일 NHK,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쟈니스 사무소 신임 사장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는 기자회견을 통해 쟈니스 사명을 ‘스마일 업(SMILE-UP)’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는 쟈니스 사무소의 창업자이자 사장이었던 고(故) 자니 기타가와가 생전 연습생들을 성 착취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쟈니스 사무소 측이 사과하며 내린 결정이다.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는 사명 변경 후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배상 업무만 전념하고, 매니지먼트 관련 업무는 스마일업이 전담한다. 피해자 보상은 오는 11월부터 진행된다.
창업자 쟈니 기타가와는 1962년 쟈니스 사무소를 설립해 아라시, SMAP, 킨키키즈 등 일본 내 최고 인기 아이돌을 배출하며 ‘일본 아이돌계의 대부’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난 3월 영국 BBC가 쟈니 기타가와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일본 J팝의 포식자’를 공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방송에는 그가 수십년간 쟈니스 사무소 소속 일부 연습생과 탤런트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이들의 주장이 담겼다.
같은 해 4월 12일 쟈니스 출신 가수 가우안 오카모토가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논란은 가중됐다. 그는 쟈니스 주니어로 활동하던 2012∼2016년 당시 기타가와에게 15∼20회의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BBC 보도 이후 쟈니스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됐고, 쟈니스 아이돌 연습생 출신 남성 마에다 코키를 시작으로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쟈니스 사무소 측은 당초 성착취 폭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지난 5월 당시 사장이었던 후지시마 줄리가 영상 및 서면 사과문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후시지마 줄리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분들에게 깊이 사죄드린다”면서도 “쟈니 키타가와에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인 탓에 개별 고발 건에 대한 사실 여부는 단언하기 쉽지 않다”고 말해 논란은 가중됐다.
결국 줄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쟈니 기타가와에게 성 가해가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달 5일부로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7월 78세 배우 핫토리 요시지가 기자회견을 열어 “8살일 때 집에 방문한 자니 기타가와에게 성추행당했다”며 약 2년 반 동안 그에게 100회에 걸쳐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쟈니스 사무소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지자, 방송가도 서둘러 손절에 나섰다. 공영 NHK는 쟈니스 소속 연예인 출연을 사실상 금지했고, 쟈니스 소속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여러 드라마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리 등 대형 광고주들도 계약을 끊었다.
쟈니스가 설치한 피해자구제위원회 측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478명에게 연락을 받았고, 이 중 325명이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금액, 인원 등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