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개국 209편 ‘영화의 향연’ 펼쳐져
고레에다 ‘괴물’ 왕빙 ‘청춘(봄)’ 등
세계적 감독의 작품들도 한자리에
개막작 장건재 감독 ‘한국이 싫어서’
야외무대선 표 없이 스타와 만남도
韓영화 침체·내분딛고 내실에 집중
부산영화제가 열흘간의 일정으로 4일 개막한다. 올해는 69개국 20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한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를 맡았고, 한국 영화 팬들의 ‘따꺼’(큰형님)인 저우룬파(주윤발)와 판빙빙, 재미교포 영화인인 정이삭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존 조 등이 부산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송중기, 임수정, 유해진, 김희선 등 스타들이 팬들과 만난다.
◆아직 못 본 거장 영화 상영
영화제는 거장들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왕빙 감독의 ‘청춘(봄)’,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강가에서’, 허안화 감독의 ‘엘레지’가 상영된다. 미국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납치’,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3D 다큐멘터리 ‘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등도 만날 수 있다.
이외 눈길을 끄는 화제작으로는 ‘레옹’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뤼크 베송 감독의 ‘도그맨’과 프랑스 대표 여배우 레아 세두가 주연한 ‘더 비스트’, 스테판 카스탕의 ‘빈센트 머스트 다이’, 재미교포 감독으로 미국에서 입지를 다진 저스틴 전의 신작 ‘자모자야’, 청년 봉준호 등 한국 젊은 영화광들의 새로운 등장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고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를 담은 ‘진리에게’ 등이 있다. 개봉을 앞둔 ‘화란’과 ‘발레리나’, ‘독전2’ 등도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부산영화제는 극장영화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문호를 개방해 왔다. 올해 최신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에선 6편이 소개되는데 이 중 5편이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다.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인 한진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 ‘러닝메이트’, 다크 히어로물 ‘비질란테’, 스릴러 ‘운수 오진 날’, 코미디물 ‘LTNS’를 상영한다.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다.
◆스타들과 만남의 기회
부산영화제는 영화 티켓 예매가 쉽지 않은데,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선 표 없이도 스타들과 만날 수 있다.
5일 오후 5시부터 올해의 주목할 인물인 저우룬파가 오픈토크 후 핸드 프린팅 행사를 갖는다. 이날 영화 ‘한국이 싫어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디아스포라’, ‘독전2’의 오픈토크와 ‘세기말의 사랑’, ‘보호자’, ‘소울메이트’의 무대인사도 준비돼 있다.
6일에는 ‘발레리나’, ‘LTNS’, ‘비질란테’, ‘운수 오진 날’의 오픈토크와 ‘우리의 하루’, ‘달짝지근해:7510’, ‘키리에의 노래’ 출연진이 무대 인사를 갖는다. 7일엔 ‘동남아시아 영화 속의 LGBTQ+’, ‘화란’, ‘거래’, ‘거미집’의 오픈토크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러닝메이트’, ‘소풍’, ‘물안에서’ 그리고 인도네시아 영화 주인공들이 무대 인사에 나선다.
‘액터스 하우스’ 행사를 통해선 좀 더 깊은 영화 얘기를 들어 볼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연예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존 조와 한류 스타 송중기, 윤여정, 한효주가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터스 하우스’는 유료로 일반 상영작과 동일한 방식으로 예매해야 하며, 수익금은 어린이 구호 활동 기구에 기부된다.
또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감독이나 배우가 직접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괴물’과 ‘녹야’, ‘더 비스트’가 소개된다.
◆영화제 숙제 안고 출발
부산영화제가 여전히 한국 최고, 아시아 핵심 영화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올해 행사의 분위기는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편수는 지난해보다 100여편이 줄었고, 집행부의 내홍 속에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이 잇따라 물러난 상태로 행사가 치러진다.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로 나서 손님을 대신 맞기로 했지만, 영화제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상황은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영화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부산영화제 예산은 지난해 119억원에서 올해 109억원으로 줄었다.
영화제 측은 올해 영화와 직접 관련된 행사에 집중하는 내실 있는 영화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장의 혼란을 수습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후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 국내 지역 영화제 관련 예산을 40% 삭감하기로 했다. 부산영화제의 정부 예산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지만, 한국 영화계의 암울한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영화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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