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균용 사실상 부적격 판정
김행·신원식·유인촌 지명철회 촉구
尹 인사권 제동 걸 기회 보고 집중
방송3법·노란봉투법 상정 아직 협의
與 “수용 불가” 확고… 저지 총력 나서
의장 직권 상정하면 사실상 못 막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여야가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격돌한다. 이번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및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전면전이다. 이들 사안을 놓고 여야 모두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인데, 결정권은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에 있기 때문에 여당이 ‘결사항전’한다 해도 야권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또다시 야권 주도의 ‘의회 독주’가 재연될 조짐이다.

◆대법원장 후보 낙마 벼르는 野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균용(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장은 국무총리와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돼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168석)의 협조가 필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논란에 더해 재산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등 의혹의 중심에 선 이 후보자에게 사법부를 맡길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대법원장 임명동의 표결은 그간 야당 동의 없이 각 부 장관 임명을 강행해 온 윤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 많은 의석을 보유하고도 일 처리가 시원찮다”는 지적을 지지층으로부터 지속해서 받아온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강한 야당’ 면모를 유감없이 보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인사 참사를 인정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 후보자를 비롯해 김행(여성가족부), 신원식(국방부), 유인촌(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서도 “분명히 윤석열정부에 경고하겠다. 이런 인물들을 계속 보내면 제2, 제3이라도 부결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도 당 지도부에 이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보고했다고 홍 원내대표는 전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를 두둔했던 국민의힘은 사법부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및 재판 지연을 초래해 국민 피해가 클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 후보자의 의혹을 두고선 쉬쉬하는 분위기다.

◆방송3법, 노란봉투법 두고도 ‘평행선’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이어져 온 여야 대립도 이번 본회의에서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여야는 6일 본회의 개최엔 합의했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지는 아직 협의 중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21일 본회의 때도 여야 견해차가 커서 상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법안들은 각각 노조 보호를 강화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정권이 교체되자 민주당이 여소야대 구도를 활용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게 여당의 시각이다. 민주당이 여당 시절엔 추진하지 않던 법안들을 야당이 되자 급작스럽게 처리하려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의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방송3법이 사실상 진보진영의 사장 추천권을 강화한다고 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방송3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맞대응하고 있다.
만약 김진표 국회의장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쟁점법안을 상정할 경우 국민의힘(111석)으로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막을 도리가 사실상 없어 총선을 앞둔 연말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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