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국가대표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이 굳은 표정의 북한 선수들을 웃게 만들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A그룹 경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북한 송국향과 정춘휘,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김수현이 자리했다.
송국향과 정춘휘는 기자회견에서 인상 경기 중 다쳐 용상을 표기한 중국 선수 랴오구이팡을 언급하며 걱정을 나타냈는데 이는 3위가 한국이 아닌 중국가 되길 바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송국향은 굳은 표정으로 “오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다”며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춘휘 역시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한다”며 “중국 선수가 빨리 나아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두 선수는 김수현의 기자회견에 결국 고개를 떨궜다. 김수현이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한 것.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표정을 풀지 않던 북한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솔직한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웃었다. 미소를 들키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북한 선수들은 뒤이은 김수현의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김수현은 “내가 (북한의)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고, 북한 선수들은 놀란 표정이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은 메달을 따도 좀처럼 웃지 않았고 기자회견에서도 자리를 지키다가 떠났다. 한국 선수들에게 유독 더 냉랭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출전 전 국가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기에 김수현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한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더욱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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