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 교도소서 히잡시위 이끌어
여성 운동서 자유 투쟁으로 불씨 번져
노벨위원장 “싸움 계속될 동기 되길”
‘여성, 삶, 자유’(Woman, life, freedom).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미착용 의문사’ 사건이 촉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의 구호가 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장에 울려퍼졌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말했다.
2023년 노벨평화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인물·단체 등을 제치고 이란의 인권 운동 쪽에 돌아가게 됐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노벨위원회는 이 구호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헌신과 업적을 잘 나타낸다고 밝혔다. 그가 13차례 투옥되면서도 이란의 구조적 여성 차별 및 억압에 저항했고(여성), 이란 시위대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박해에 굴하지 않고 여성의 존엄한 삶을 살 권리를 위해 싸웠으며(삶), 공공장소에서 여성은 몸매와 머리카락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제에서 비롯된 이들의 분노는 비단 여성뿐 아니라 전 국민의 자유를 위한 체제 반대 투쟁으로 이어졌다(자유)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역사상 네 번째 옥중 수상자가 된 그는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도 동료 정치범들과 시위 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1년 반국가 선전물 유포 혐의 등으로 10년9개월형을 선고받은 그는 전화·면회 금지 등 당국의 탄압에도 지난달 16일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뉴욕타임스에 ‘그들이 우리를 단속할수록 우리는 더 강해진다’는 제목의 칼럼을 싣는 등 시위 불씨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1년여 간 최소 522명이 숨진 시위에도 이란 의회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자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내용의 ‘히잡과 순결 법’을 최근 처리하는 등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16세 소녀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탔다가 끌려나온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레이스아네르센 위원장은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으로 “이 싸움이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수 있도록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모하마디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동으로 서양인들로부터 상을 받았다”고 깎아내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