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2024년 4월 10일)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다며 사력을 다할 태세다. 총선을 통해 극단적인 여소야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권력 누수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의회 권력까지 내줘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지리멸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판세는 예측불허다.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과 ‘거야 견제론’이 충돌하는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 6개월 동안 27~37%를 오가며 오차 범위 내에서 소폭의 등락만 거듭해 왔다. 여야의 비호감도는 60%에 달한다. 무당층은 꾸준히 30%를 넘나든다. 여야가 죽기살기식으로 정쟁만 벌이는 것이 비호감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 가결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잇따랐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극단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적대적 대결정치가 계속된 탓에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 역시 법정 시한을 6개월이나 넘겼으나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선거구는 무려 30곳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예비후보가 자신이 출마할 지역이 아닌 곳에 선거 홍보 현수막을 거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선거제는 선거용 위성정당 출현을 초래하며 우리 정당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여야는 비례대표제가 더는 대의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둘러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통틀어 최고를 기록했다. 민생 부재·정치 실종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경고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168석의 거대 정당은 이 대표 취임 이후 ‘사법리스크’에 신경 쓰느라 민생 챙기기에 소홀했고, 정부·여당 역시 ‘여소야대 구도’와 ‘과거 정권’ 탓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지 말고 그 의미를 겸허하게 새겨봐야 한다. 총선에서도 민생 대안을 내놓지 않고 네거티브에만 골몰하는 진영은 매서운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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