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점수 높은 국어 언매·수학 미적분
진로·적성 관계없이 ‘쏠림’ 현상 극심
상대적 유리한 이과생 교차지원 막아
미적분Ⅱ·기하 선택 과목 채택에 관심
대학 입장선 우수학생 선발에 어려움
논술 등 대학별 고사 비중 확대 가능성
10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원천 차단해 수능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학생들이 진로·적성과 관계없이 높은 수능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리고, 이과생이 더 간판이 나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을 선택했다가 자퇴하는 등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현 문제점을 해결하는 ‘묘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수능 공통과목 체제로의 전환이 학생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수능 출제과목 통합으로 상위권 대학들의 학생 선발 도구가 사라졌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1999학년도 수리탐구Ⅱ 영역(현 사회·과학탐구)에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표준점수가 사용되면서 ‘과목별 유불리’ 논란은 계속 있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평균이 떨어지면 원점수 최고점자 표준점수는 올라간다. 이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맞아도 다른 선택과목 만점자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수능 사회·과학탐구에 이어 2022학년도부터 국어와 수학영역까지 선택과목 체제가 되면서 수험생들 혼란은 커졌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이 다른 선택과목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3점 안팎으로 높아서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국어영역 응시자 가운데 29.4%에 불과했던 언어와매체 선택 비율은 2024학년도 수능에선 38.9%까지 치솟은 상태다. 수학영역에서도 미적분 응시자 비율은 같은 기간 38.2%에서 49.2%까지 상승했다. 수험생들이 진로·적성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같은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은 대학 지원 과정에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 논란을 야기했다. 대부분 이과생은 수학에서 미적분을, 탐구영역에서는 과학을 선택하는데 미적분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들이 인문사회계열에 대거 교차 지원해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학부모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입 개편안 설문조사에서 수능 ‘통합형 과목체계가 필요하다’는 문항 동의율은 73.0%, ‘사회·과학 통합’ 동의율은 61.2%에 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개편안은 현행 통합수능의 선택과목 간 점수차나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등 여러 복잡한 변수를 제거한 것”이라며 “적어도 수능에서만큼은 문·이과 장벽을 해소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상위권 대학들의 수험생 변별력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겸 반포고 교장은 “대학입장에서 봤을 때 수능 과목이 굉장히 줄어들고 공통과목 위주로만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면 우수 학생을 어찌 뽑아야 할지 고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서울 주요 대학들이 심층면접이나 논술전형 등 대학별고사 비중을 늘리고, 교육부가 선택과목으로 제안한 심층수학(미적분Ⅱ·기하)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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