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경계기간과 겹치고 기후 위기 시대 역행 논란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제주들불축제에서 불이 빠진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브리핑을 열고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반영해 앞으로 들불축제에서 탄소배출 등 우려가 있는 ‘오름 불 놓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원탁회의 권고안 발표 브리핑에서 “오름 불 놓기를 테마로 한 제주들불축제는 ‘생태적 가치’를 중심으로 ‘도민참여’에 기반을 둔 ‘제주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권고안을 받아들인 제주시는 내년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하지 않고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시는 이 과정에서 축제 프로그램 공모 등을 통해 들불축제를 기획부터 운영까지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 시장은 “2025년 열릴 제주들불축제부터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선보이겠다”며 “들불축제가 생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과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997년 당시 기초자치단체인 북제주군이 시작한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재해석한 문화관광 축제로 도민과 관광객의 인기를 끌었다.
횃불 행진과 달집태우기 등과 같이 불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오름 불 놓기 당일에만 15만명의 도민과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유망·최우수·문화 관광 축제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축제의 백미인 '오름 불 놓기'는 해발 519m의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고, 동시에 2000발의 불꽃을 터트려 논란의 중심이 됐다.
올해 예정됐던 오름 불 놓기는 전국적인 산불 경보 발령과 환경오염 논란이 맞물리면서 전격 취소됐다.
당초 축제 유래와 취지에 맞게 정월대보름에 열렸다. 하지만, 겨울 추위와 강풍으로 2013년부터 3월로 옮겨 개최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지난해 봄에는 강원과 경북 지역 산불로 재산 피해가 크고, 이재민이 많아 전면 취소됐다. 올 25회 축제 역시 강원 지역 산불이 발생해 ‘오름 불 놓기’는 취소됐다. 정부는 축제 개막전인 지난 3월 8일 산불 방지 담화문을 발표, 산불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경계 단계에서는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의 불 놓기’는 법으로 금지된다.
이처럼 산불 발생 우려와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 미세 먼지 발생 등 환경 문제로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한다며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올해 4월 청구인 749명이 들불축제 존폐와 관련해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법조, 언론, 학계, 문화예술, 관광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로 구성된 운영위가 조직돼 들불축제 존폐를 놓고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 8월 31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도민 15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제주들불축제 존폐 및 대안에 대한 제주도민 인식조사에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 ‘폐지해야 한다' 31.6%, '유보' 11.7%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9일 도민 187명이 참석한 원탁회의 당일에는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50.8%, ‘폐지해야한다’는 비율이 41.2%, ‘유보’의 비율은 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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