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오만·독선에 대한 심판
김행 사퇴는 쇄신의 출발점 돼야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국민의힘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대로는 6개월 남은 총선도 어렵다는 위기감 속에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늘 긴급최고위원회의,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수습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주식 파킹’ 의혹과 청문회장 이탈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어제 자진 사퇴했다. 진작 이뤄졌어야 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걸로 여권의 혁신 작업이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
이번 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득표율 56.52%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39.37%)를 17.15%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따돌렸다. 기초단체장 한 곳을 채우는 선거였지만 이번 보선의 정치적 함의와 파장은 작지 않다. 서울 강서구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지난해 3월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불과 2.2%포인트 차이로 졌고, 6월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 후보가 2.6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과거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인사도 심심치 않게 당선됐다. 이런 곳에서 여권은 참패를 당했다.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이 실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여권의 참패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거의 판을 키운 자업자득이다. 윤 대통령은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 만에 김 후보를 사면했고,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어기고 보선 원인 제공자인 그를 공천했다. 여권은 그 정도로 오만했다. 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통과 독선으로 점철돼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차가운 민심이 이번 선거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에 부응하려면 윤 대통령은 협치와 탕평으로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도 단행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국민의힘도 집권당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여권 전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총선 전망도 암울하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방탄국회와 입법 폭주 등에 면죄부를 준 게 결코 아니다. 당장 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파면 등 기고만장한 요구부터 접어야 한다. 민주당도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다면 총선에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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