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많으면서도 없는 듯 ‘회피’
‘보험료 조정’ 악용 막으려 도입
제도 도입 후 조정 신청 자체 급감
“건보 재정 누수 방지 효과 기대”
연예인 A씨는 소득이 있는데도 작품이 끝나면 퇴직(해촉) 증명서를 내 건강보험료를 조정해 왔다. 소득활동 여부를 파악할 수 없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A씨는 소득에 부과되는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다음 해 국세청 자료로 확인해 보니 A씨는 건보료 조정을 신청한 2년 동안에도 15억원 넘는 소득이 있었다. A씨가 허위로 소득을 조정해 납부를 피한 보험료가 8200만원이 넘는다.
건보료 조정 제도를 악용해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소득정산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그간 지역가입자가 거짓으로 소득이 줄었다며 보험료 감면을 신청해도 건보공단이 이를 확인해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12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당시 소득정산제도가 도입되고 첫 소득정산이 다음 달 진행된다. 지난해 9∼12월 보험료 조정을 신청한 29만명이 정산 대상이다. 소득정산은 매년 11월 시행하는데 직장가입자가 4월마다 하는 보험료 연말정산과 비슷하다. 소득이 없어졌거나 감소할 경우 보험료 조정을 신청하면 우선 조정해 준 뒤 이듬해 11월 그해 보험료를 재산정해 차액을 부과하거나 되돌려주는 제도다. 보험료 조정 기간과 상관없이 보험료 1년치를 정산한다. 예컨대 올해 8∼12월 보험료 조정을 받았더라도 내년 11월에 올해 1∼12월분 보험료가 모두 재정산된다. 정산된 보험료는 재조정할 수 없다.
이는 보험료 조정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역가입자와 보수 외 수입이 200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소득월액 보험료 납부자)는 휴·폐업이나 퇴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경우 보험료 감면을 신청할 수 있다. 소득 발생과 건보료 부과 시점 간 시차가 있는 걸 고려해 현재 납부능력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건보공단이 현재 소득활동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료를 감면받거나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례가 빈번했다.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계약 만료 후 해촉 증명서를 재차 제출해 건보료 납부를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소득을 조정한 뒤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며 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 문제도 불거졌다.
소득정산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허위 조정신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 도입이 된 이후부터 보험료 조정신청 건수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9~12월 조정신청 건수는 32만8303건으로 전년 동기(157만2589건)보다 79.1% 줄었다. 앞선 사례의 A씨도 제도 도입 사실을 알게 된 후 더는 건보료 조정신청을 하지 않고 올해 매달 보험료 441만원을 내고 있다.
조정 소득금액(보험료 부과하는 연간 소득금액)도 같은 기간 14조1394억원에서 5조8090억원으로 58.9% 감소했다. 지난해 직장가입자 보험료율(6.99%)을 적용해 추산하면 건보 지출 194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소득정산제도 도입에 따라 조정 제도 악용을 방지해 가입자 간 형평성을 확보하고, 실제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통해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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