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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다잡으려면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부터”…김행, 결국 자진 사퇴

입력 : 2023-10-13 07:00:00 수정 : 2023-10-12 17: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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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채널 풀가동…尹 수용 끌어낸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 뜻을 밝힌 12일 여권 핵심부의 물밑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애초 김 후보자는 야권의 낙마 공세에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악의적 왜곡'이라며 적극 맞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도 '부적격 사유'를 딱히 꼽을 수 없다는 게 전날까지의 기류였다.

 

김 후보자 사퇴론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여의도 국회에서 먼저 불거졌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긴급 소집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다.

 

이 자리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김 후보자 사퇴를 대통령실에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주식 파킹' 의혹과 인사청문회 중도 이탈 등으로 논란이 된 만큼, 보선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취지에서라도 임명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만약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총선 표심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따라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 논의 내용을 당 지도부 공식 의견으로 정리하고 대통령실에 그대로 전달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최고위에 앞서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김 후보자 인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당직자는 전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발표를 전후한 시간에 고심이 깊어지면서 대통령실과의 연락 빈도는 더 잦아졌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당 지도부의 의견은 여러 채널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도 전달됐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 발표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과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인도 당의 분위기를 다 아는데, (후보자 자격을 유지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사이 긴급하게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사이 김 후보자도 본인 거취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 인선을 강행하리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밤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지명 철회'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보궐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부담만 커지지 않겠냐는 관측이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심을 다잡으려면 당장에 쓸 수 있는 카드부터 다 써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2시께 김 후보자는 서면 입장문을 내고 전격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 사퇴 형식이지만, 윤 대통령도 사실상 사퇴 의사를 수용한 셈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전날까지도 김 후보자의 거취 여부와 관련해 "국회 상황을 지켜보겠다", "당의 의견을 듣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김 후보자 거취 여부를 두고 장시간 논의와 숙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여당 지도부의 건의도 계속되면서 대통령실도 더는 임명 절차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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