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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일본 속 韓문화재와 한일관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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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5 23:27:30 수정 : 2023-10-15 23: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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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 160점 중 130점 日에
질적 우수한 韓 문화재도 많아
길고 질긴 인연의 강력한 증거
극단적인 양국 어떤 존재 될까

“이건 뭐지? 정말 좋다.”

지난 1일, 일본 후쿠오카 규슈국립박물관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전시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약간 들뜬 목소리의 부부가 들여다본 작품은 일본 지온인(知恩院) 소장 ‘오백나한도’였다. 박물관이 고려·조선시대 불교미술품 48점을 모아 개최한 특별전 ‘숭고한 믿음의 아름다움-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불교미술’의 전시품 중 하나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서울에서 왔다는 부부가 후쿠오카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전시회라고 했다.

“고려불화에 관심이 많아요. 몇 년 전 교토에서 열린 전시회도 봤는데 그땐 보지 못했던 것도 있어 좋네요.”

부부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람객이 꽤 많았다.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리니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전시회를 보려고 일본까지 갔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드문 기회란 걸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싶어진다. 종주국은 한국이지만 고려불화가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이다. 전해지는 게 160점 정도인데 이 중 약 130점이 일본에 있다. 이번처럼 고려불화 20점을 한데 모은 전시회는 일본이 아니라면 어렵다. 고려불화의 독보적인 예술성을 애호하는 이들이라면 국경을 넘는 수고 정도야 기꺼운 것일 수 있다.

고려불화 말고도 일본에는 한국 문화재가 많고 질적으로 우수한 것들도 꽤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해외 27개국 784개 소장처에 우리 문화재 22만9655점이 있다. 이 중 일본에 있는 게 9만5622점(41.64%)이다. 현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고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얼마나 많은 건지 실감이 안 갈 수도 있는데, 일본 박물관에서 한국 문화재를 만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달리 느껴진다. 일본에서 한국 문화재와의 만남은 어렵지도, 드물지도 않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전시품이 한국의 문석인(文石人), 석양(石羊)이다. 출입구 맞은편 정원에 세워져 있다. 동양관 ‘조선반도(한반도)실’에는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우수한 고고유물, 도자기, 불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30~40㎝ 크기의 금동불 48점을 각각 유리장 안에 세워 꾸민 이 박물관 호류지(法隆寺)보물관의 제2전시실에는 6~7세기 삼국시대 불상이 있다. 호류지보물관 유물은 도다이지(東大寺) 쇼소인(正倉院) 유물과 함께 일본 고대문화를 대표하는 컬렉션이다.

고토미술관은 대표 소장품 중 하나로 16세기 조선에서 만들어진 이도다완을 꼽는다. 박물관은 “이도다완은 조선시대 조선반도에서 만들어져 일본의 다도에서 사용된 고려다완의 일종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 있는) 이도다완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품”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일본 속 한국문화재는 오래되고 질긴, 좋기도 하고 너무 싫기도 한 두 나라 인연의 강력한 증거다. 호류지보물관 삼국시대 불상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한반도가 일본 문화를 이끌었던 시대의 흔적이다. 고려불화가 한국보다 일본에 많은 건 중세 일본 상류층이 고려불화를 중국 그림으로 알고 감상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하고, 혹은 왜구의 노략질, 임진왜란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조선에서 생활용기였던 이도다완은 일본에서 ‘성(城) 하나와 바꿀 수 있는’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도쿄박물관 조선반도실에 전시된 명품의 상당수는 ‘오구라컬렉션’에 속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문화재 약탈과 관련이 깊다.

이런 문화재를 보면 어떤 나라와의 관계든 긍·부정의 양면이 존재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유독 극단적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의 양국 관계도 그렇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며 한류 진원지인 동시에 ‘반일’과 ‘혐한’이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앞으론 어떨까. 두 나라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일본 속 우리 문화재 앞에서 결국에 떠올리는 질문이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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