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닮은 꼴 사고’ 보고도 대비 안해
집중호우 때도 뒷북 통제… 25명 사상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대한민국에선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해마다 위력을 더하는 자연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미흡한 대비·부실한 대응이 반복되며 ‘인재’(人災)가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이 22일 나온다.
이태원 참사 불과 2개월 후인 지난해 12월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도로를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불이 쉽게 붙는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소재가 사용된 방음터널로 번지며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단전으로 안양 방향 입구에 있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운전자들이 계속 터널 안으로 진입한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사망 5명 등 모두 6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예고된’ 화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2020년 8월 경기 광교신도시 인근 하동IC 고가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로 PMMA의 화재 취약성이 드러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경고를 무시했다.
올해 여름에는 전국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다.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것이 사고의 1차 원인이었지만, 이를 대비하지 못하고 부실하게 대응한 지자체 등 일선 기관의 책임이 명확했다.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가 침수돼 사망 14명을 포함해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하차도 인근의 미호강에는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지만, 행정 당국은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경북에서는 같은 날 호우와 산사태 등으로 26명이 사망했다. 당시 경북도는 호우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고, 이미 곳곳에서 사망·실종 피해가 발생한 뒤인 7월15일 오후 9시에야 도내 모든 지역에 대피 명령을 내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책을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전에 발생한 재난을 모니터링하고 대비해야 다가올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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