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가수 최초로 아이맥스서 상영
십센치 전국 극장 돌며 라이브 공연
최근 한국 영화 부진 속 돌파구로 주목
방탄소년단(BTS), 임영웅, 김호중, 십센치(10CM·권정열), 아이유까지…. 장르 구분 없이 국내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극장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때론 스크린으로 때론 실제로. 영화 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여유 있는 스크린을 활용하려는 극장과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가수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CJ CGV가 23일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CGV 극장에서 국내외 가수가 직접 콘서트를 하거나, 공연실황 영화 상영, 이벤트를 펼친 건수는 모두 28건이다.
이 중 올해 3월 개봉한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누적 관객 25만명을 기록하며 임영웅의 팬덤을 실감케 했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지난해 12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동명의 전국 투어 앙코르 콘서트 실황과 전국 투어 준비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담았다. 개봉 당시 파란 옷의 팬들이 영화관을 메웠고, 극장 내부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응원봉의 물결이 일었다. 누적 관객이 20만명을 넘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도 열렸다.
BTS의 2022년 부산 콘서트 실황을 담은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도 9만2000여명의 팬을 모았다.
영상을 넘어 가수가 직접 극장을 콘서트 무대로 활용한 십센치의 사례는 특히 이목을 끈다. 십센치는 지난 6월 말부터 CGV광교, 평촌, 일산, 왕십리, 의정부, 안산 등 수도권 일대는 물론 여수, 순천, 전주 등의 극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됐는데, 일반 콘서트장과 달리 극장은 전국에 분포돼 있고 접근성도 높아 팬들의 호응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콘서트는 ‘페스티벌’, ‘조조’, ‘퇴근’, ‘심야’ 콘셉트로 각 시간대나 이벤트에 적합한 노래로 꾸며졌고, 이를 모두 관람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십센치는 “극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국내 최초로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다“면서 “네 가지 콘셉트로 공연했는데,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 신선했다”고 밝혔다.
국내 여성 가수 중 처음으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가진 아이유의 영화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는 공연실황으로는 처음으로 아이맥스(IMAX)관에서 상영됐다. 지난 9월13일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아이유 콘서트의 누적 관객은 8만명을 넘겼고, 상영 막판 아이유가 무대 인사에 나서면서 매진이 이어졌다.
현재 상영 중인 가수 김호중의 공연실황과 여행 장면을 담은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도 팬덤에 힘입어 무대 인사가 있는 지난 21일 티켓이 전회 매진됐다.
이 밖에 가수이자 배우인 이준호의 일본 솔로 데뷔 10주년 콘서트와 제로베이스원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한 콘서트를 생중계한 사례도 있다.
이런 협업은 가수와 극장 모두에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다. 아이유 소속사인 이담 관계자는 “가수 최초로 아이맥스 상영을 했고, 앙코르 상영까지 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극장 이벤트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김호중의 경우 극장과의 협업이 벌써 세 번째다.
가수의 콘서트·이벤트 상영은 흥행 영화와 비교하면 상영 횟수나 관객이 많지 않지만, 극장 입장에선 실속을 거두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이벤트 상영의 경우, 티켓 가격이 일반 영화보다 비싸게 책정된다. 아이유 더 골든 아워의 아이맥스관 티켓은 2만4000원에 팔렸고, 임영웅의 스크린엑스 상영은 3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십센치의 라이브 공연은 팝콘과 콜라를 포함해 5만5000원에 티켓을 판매했다. 극장 불황 속에 여유 있는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측면도 있다.
CGV는 2020년부터 극영화가 아닌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스포츠 게임 중계 등의 콘텐츠에 아이스콘(ICECON)이란 이름을 붙여 하나의 사영 업역으로 개발했다. ICECON 관람객은 2020년 33만명, 2021년 21만명, 2022년 42만명, 올해 9월까지 65만명으로 지속 증가 중이다. 2020년과 2021년 100여편이었던 개봉 편수도 올해는 연말까지 200편 이상으로 2배 이상 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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