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럼피스킨병 등 가축 전염병에 대응할 농장동물 수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기준 럼피스킨병은 총 29건이 발생했다. 그중 16건을 차지하는 충남은 산술적으로 농장동물 수의사 1명당 한우와 젖소 2500여 마리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충남의 농장동물 수의사는 169명이다. 반려동물과 농장동물 모두를 돌볼 수 있는 혼합진료 수의사를 합하더라도 207명에 불과하다. 반면 농장은 1만4126개에 달해 1인당 68.2개의 농장을 담당해야 한다.
럼피스킨 병이 발병한 경기, 충북, 강원, 인천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는 수의사 1명당 41.5개, 충북은 71.7개, 강원 71개, 인천 46.5개다. 럼피스킨 병이 발병한 지역 외에도 전남(107.4개), 울산(101.4개) 등의 지역도 농장동물 수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농장동물 수의사는 9315명 중 1219명뿐이다. 전체 수의사의 13%다.
럼피스킨병이 주로 발병하는 소로 한정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충남은 1인당 2523.5마리, 경기는 1817.1마리, 충북은 3018마리, 강원은 2843.6마리, 인천은 1717.2마리의 한우와 젖소를 담당해야 한다. 특히 농장동물 수의사 중에도 소 수의사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은 더욱 녹록지 않다. 전북대 조호성 교수(수의학)는 “소 수의사는 거의 없다. 힘들고 위험하다. 지금 젊은 소 수의사는 몇 명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의사가 부족하면 전염병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농장동물 수의사가)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농장동물 수의사가 많으면 전염병 대응이 용이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죠. 근데 많을 수가 있나요”라며 반문했다. 그만큼 처우가 좋지 않아 농장동물 수의사를 많이 배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해마다 배출되는 수의사 중 농장동물 수의사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한수의사회 김동완 부장도 “이번 질병 1호도 수의사가 신고한 곳”이라며 “안정적인 수입과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농장동물 수의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의사가 많아진다고 방역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대한수의사회 최종영 부회장(농장동물)은 농장동물 방역 체계를 꼬집었다. 최 부회장은 “국가가 공무원을 통해 통제하고 자가 접종하고 도살 처분하고 그 안에 수의사가 관여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최 부회장은 “농장주의 신고에만 의지한다. 임상진료를 안 하는 공무원들이 가서 확인하는데 공무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방역과 수의사들에 대한 역할이 굉장히 불균형한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 의원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이어 럼피스킨병까지 전염성이 높은 가축질병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농장동물 수의사 부족은 가축 방역 공백으로 이어져 축산농가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농장방역 관련 수의사 처우개선과 인재양성 인프라 구축 등 인력확충 방안을 마련하여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방역정책이 체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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